구호단체로 번진 ‘미투’… ‘유엔 평화유지활동’도 들썩

입력 2018-02-23 18:54
아비올 플뢰랑 아이티 기획대외협력 장관(왼쪽)이 22일(현지시간) 포르토프랭스에서 사이먼 티스허스트 옥스팜 중남미 지부장과 면담하고 있다. 플뢰랑 장관은 옥스팜 직원들의 성매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2개월간 자국 옥스팜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치는 국제기구와 구호단체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유니세프 사무차장 저스틴 포사이스가 2011, 2015년 세이브더칠드런 최고경영자(CEO) 재직 시절 여성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던 것이 드러나 사임했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포사이스는 “세이브더칠드런에 있을 때 저지른 실수이니 유니세프 자리에선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거듭된 사임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젊은 여직원 3명에게 문자메시지로 옷차림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며 희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사이스는 “당시 피해자들에게 확실히 사과했고 또 사과한다”면서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의 대의명분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 사임한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의 미투 바람은 영국에 본사를 둔 옥스팜에서 시작됐다. 20만명 이상이 숨진 2010년 아이티 강진 이듬해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던 옥스팜 직원들이 성매수를 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한 아이티 여성이 16살 때 당시 옥스팜 아이티 사무소장과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추문이 공개됐다. 거센 비난 여론 속에 관련자들은 자진사퇴하거나 해고됐다.

이날 아이티 정부는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2개월간 자국 내 옥스팜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옥스팜 직원들의 범죄 행위는 우리 국민의 존엄을 침해했고, 옥스팜은 직원 비위 관련 정보를 우리에게 제때 알리지 않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도 성 관련 비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지난해 10∼12월 PKO에서 40건의 성추행 및 성착취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여성 54명 중 미성년자가 16명에 달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전 세계 위험 지역에서 자부심과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 직원들의 희생과 가치를 깎아내리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바너비 조이스 호주 부총리는 비서와의 불륜에 이어 다른 여성에 대한 성희롱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총리직과 국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최근 전 공보비서 비키 캠피언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신원불명의 여성이 성희롱 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부인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이스 전 부총리는 가톨릭 신자로서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던 정치인이다. 비서와의 불륜설은 오래전부터 나왔으나 시인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부인과 이혼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불륜이 사실로 확인되자 맬컴 턴불 총리는 조이스를 비난하며 각료와 직원 간 성관계 금지령을 내렸다.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