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압박하면서도 접촉?… 美, 北에 ‘양동작전’

입력 2018-02-23 18:32 수정 2018-02-24 00:20
2014년 11월 당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왼쪽 두 번째)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방북했을 때 수행원으로 동행한 앨리슨 후커(왼쪽 첫 번째·작은 사진) 백악관 한반도담당관. CNN방송 캡처

트럼프, 56개 선박 등 대상 취임후 가장 강력한 제재 발표
이방카 수행단에 후커 포함… 2014년 김영철 만난 경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북한 선박의 해상차단을 강화하는 새로운 제재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교역을 금지한 석유, 석탄 등의 품목을 운송한 것으로 의심되는 56개 선박과 선박회사, 무역회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특히 공해상에서 짐을 옮겨 싣는 환적 수법에 동원된 탄자니아 등 제3국의 선박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제재 대상 북한 선박들과 거래하는 제3국의 항만이나 선박회사들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거래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단체인 ‘보수정치행동회의’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북한 정권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제재에 착수한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되는 재원과 석유를 차단하기 위해 재무부가 56개 선박과 선박회사, 무역회사를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이번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규모가 가장 큰 대북 제재 패키지”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교역의 대부분을 해상운송에 의지하므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발표하는 한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을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보내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방한 때 불발된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미 대표단 중에는 과거 김영철을 만난 경험이 있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이 포함됐다.

김영철 방한에 대한 미국의 공식 반응은 시니컬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김영철은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해 그가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돼 제재 대상에 오른 걸 상기시켰다. 이는 한편 미국이 일단 김영철의 방남을 용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펜스 부통령도 이날 보수정치행동회의 기조연설에서 “김여정은 북한 독재자의 여동생으로 2500만 주민을 잔인하게 다루고, 굶주리게 한 사악한 가족의 패거리”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잇따른 강경한 태도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작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많다. 워싱턴 소식통은 “향후 1∼2개월 내에 북·미 대화가 이뤄지는 게 남북관계 개선에도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북한도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