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7200억 채권 회수 보류·부평공장 담보 요구 포기

입력 2018-02-23 22:19

미국 GM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7200억원의 채권 회수를 보류하고 부평공장에 대한 담보 요구도 일단 포기했다. GM이 채권회수를 미루면서 한국GM 사태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한국GM에 대한 실사, 정부와 GM본사의 협상 결과에 따라 채권회수 등 한국GM 정상화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23일 한국GM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GM은 이달 말로 만기가 되는 7200억원의 한국GM 상대 대출금을 실사가 끝날 때까지 회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GM 관계자는 “7200억원 정도의 채권에 대해 일단 한 달 만기 연장이 됐다. 그 전에 자금난이 풀리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사가 잘 끝나고 투자계획이 나오면 출자전환을 해 (GM이) 이 차입금을 찾아갈 계획이 없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적어도 다음 달 말까지는 GM이 7200억원을 한국GM으로부터 찾아갈 가능성은 없어졌다.

한국GM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한국GM의 총 차입금은 2조9700억원 정도다. 2012년엔 1조3778억원 정도였지만 불과 4년여 만에 1조6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도 한국GM은 본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실제 차입금은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GM본사와 계열사로부터 4.8∼5.3% 이자율로 차입한 뒤 만기를 계속 연장해왔다. 이미 지난해 말 1조1300억원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본사는 이중 4000억원 정도만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또 그동안 논란이 된 부평공장에 대한 담보 요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일각에선 GM이 이사회에 이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차입금 만기연장의 전제 조건으로 부평공장을 담보로 설정하는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GM이 채권 회수를 보류함에 따라 담보 요구 안건 상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평공장의 공시지가는 2016년 말 기준으로 1조200억원 정도다. 실거래가는 1조8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좀 더 명확한 만기 연장과 채권 이자율 인하를 건의했다. 산업은행 추천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GM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보다 확실하게 ‘만기연장’ 결정을 내려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측은 또 한국GM에 GM본사가 빌려준 채권의 이자율(4.8∼5.3%)도 낮춰달라고 건의할 것을 요구했다.

임성수 홍석호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