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하는 성격도 아니고 해서 서운했을 수도 있는데, 이 자리를 빌려서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에서 최고인 우리 윤성빈, 엄마가 항상 사랑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은 덤덤한 얼굴로 어머니 조영희씨를 쳐다봤다.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한 말씨로 조씨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조씨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울먹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한국 대표팀의 메달리스트들이 어머니와 함께 23일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 출동했다. 올림픽 후원사인 P&G 주최로 열린 ‘2018 땡큐맘 어워드’ 기자간담회에는 윤성빈을 비롯해 이상화 박승희 최민정과 이들을 길러낸 어머니들이 나왔다. 박승희의 어머니 이옥경씨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처음 승희가 밴쿠버올림픽에 나갔을 땐 엄청 떨었어요. 이번 올림픽은 그나마 마음이 편했지만 그래도 500m 경기는 불안해서 못 봐요. 심장이 터질 거 같아서.”
윤성빈의 어머니 조씨는 “인기도 없는 종목인데 왜 시키느냐. 늦은 시기에 시작해서 되겠느냐. 이런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삶은 없다고 생각했고, 아들이 원했기 때문에 찬성했다. 지금은 찬성한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녀의 부상으로 마음을 졸인 시간도 있었다.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씨는 “상화가 그동안 부상을 심하게 겪었는데 국민의 많은 응원을 받아 값진 은메달을 땄다”며 “상화가 1, 2년 더 (선수 생활을) 한다고 해서 안쓰럽기고 하고 벅차기도 하다. 재활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정의 어머니 이재순씨는 “딸이 (1000m 결승에서 넘어진 것을)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는 항상 부상이 마음에 걸린다”며 “그 자리를 즐기라는 내용의 손편지를 써줬는데 딸이 항상 그걸 봤다고 해서 좋았다. 올림픽 끝났으니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참석했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피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끌어주고 무얼 결정하든 믿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다면 열정과 자신감을 기르고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릉=양민철 방극렬 기자 listen@kmib.co.kr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입력 2018-02-23 18:47 수정 2018-02-23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