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사 기밀을 고소인에 유출한 현직 검사들

입력 2018-02-23 17:54
법조비리가 또다시 터졌다. 이번에는 현직 검사까지 포함돼 있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 검사와 춘천지검 최모 검사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소환돼 조사를 받던 중 긴급 체포된 이들은 고소인에게 수사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적이다.

의혹의 중심에는 최인호 변호사가 있다. 그는 2011년 대구 공군비행장 소음 피해 손해배상 사건을 맡아 승소한 뒤 배상금 지연이자 14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지난 6일 탈세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검사·수사관과의 ‘검은 커넥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 변호사가 광고대행사 조모 대표를 사기로 고소한 사건의 1심 재판을 담당했던 추 검사는 녹음파일 등 수사 자료를 고소인인 최 변호사에게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2016년 서울 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최 검사도 홈캐스트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최 변호사에게 수사 기록 일부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수사관 2명도 가담했다. 수사관들은 압수수색에서 자신이 유출한 조서를 검사실로 가져와 문서세단기로 파쇄까지 했다고 한다. 검사와 수사관이 한통속이 돼 증거 인멸 등에 앞장섰다니 말문이 막힌다.

추 검사는 “상관이 연락해 잘 해주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고, 최 변호사의 로비 대상에 박근혜정부 고위공직자의 연루설도 거론되고 있다. 2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운호 게이트’를 연상케 할 정도다. 검찰은 뼈를 깎는 각오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윗선이 누구인지, 최 변호사의 로비가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등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 각종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검사들만 이번 사건을 포함해 20여명에 달한다. 내부에서는 침몰 직전의 난파선 상태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난파선을 살리는 길은 강도 높은 개혁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