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취임한 남주성 한국수력원자력 상임감사위원은 감사원에서 28년간 근무한 경험을 살려 현재 감사업무에 임하고 있다. 최근 경주에 위치한 한수원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내부감사가 기관 구성원들에게 귀찮고 껄끄러운 존재가 아닌 경영진과의 상호협력적 관계에서 기관의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해 기관운영을 지원하는 협력자이자 견제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 출신이라는 점이 감사직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30년 가까이 감사원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바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모든 문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타래의 끝은 모두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 상임감사위원 부임 직후부터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사업소 현장을 다니면서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을 꾸준히 실천에 옮겼다. 문제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 이를 실행하도록 돕는 ‘코칭 리더’로서의 역할도 성실히 수행했다.
-공기업 감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기관의 경영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하는 역할과 동시에 방만한 경영이 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 그리고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감사부서는 기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침반의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감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는 방향성을 잃고, 국민으로부터 신뢰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감사기능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면.
▷감사부서는 ‘지원’과 ‘견제’라는 두 바퀴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바퀴를 효율적으로 돌려(rotate) ‘경영목표 달성’이라는 목적지에 안전하고 빠른 시간에 도착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관의 최고감사인으로서 소명을 달성하기 위해 유한한 감사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
-평소 강조하는 공정성·투명성·청렴성 제고를 위한 방안은.
▷과거 원전 납품비리 등에 연루돼 많은 직원들이 처벌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어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이러한 뼈저린 아픔 속에 깊은 자성을 거쳐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했다. 우선 전관예우에 의한 비리 연결고리를 제거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기 전부터 이미 퇴직자의 유관회사 재취업 금지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 밖에도 국민 수준에 걸맞은 투명한 원전 운영을 위해 반부패 시민감시단 및 옴부즈만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고위직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해 솔선수범을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부정비리에 대한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되는 ‘레드휘슬’ 신고채널도 운영 중이다. 또한 비리정보 수집과 조사를 전담하는 기동감찰팀 운영, 상임감사위원과의 대화방 개설, 청렴레터 발송 등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도 획득했는데.
▷반부패 경영을 보다 체계적으로 안착시키고자 국제표준인 ISO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을 받게 됐다. 이 인증을 준비하면서 우리 기관의 품질안전관리, 조달, 인사 등 주요업무에 대한 부패위험성을 평가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부패에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절차와 규정을 개정해 청렴성을 높이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이 단순히 1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매년 부패위험성 진단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제정했다.
-감사결과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감사부서의 처분요구를 구성원들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불신이 높아지고, 감사기능이 위축되는 등 장기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 그래서 감사공정성과 수용성 확보를 위해 그동안 종합감사 실시 이후 감사를 받은 직원을 대상으로 1년에 2회 시행하던 설문조사를 모든 종합감사 실시 후 반드시 시행하도록 했다. 매 종합감사마다 피감부서원에 대한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여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종합감사 외 특정감사에도 사후 인터뷰를 확대 시행함으로써 그 결과를 감사운영에 반영할 예정이다.
-감사결과에 대한 심의위원회는 어떻게 구성했나.
▷그동안 감사결과 처분요구 결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는 감사실 직원들로만 구성해 처분요구의 적정성을 검토해왔다. 올해부터는 외부 인사인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가를 참여시켜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현재 관련 절차를 마련하고 위원 선임을 마친 상태다.
-향후 포부를 전한다면.
▷기관경영에 대한 견제자로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겠다. 궁극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청렴하고 안전한 한수원’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내부통제 ‘3중 방어선’ 관점에서 업무 분야별 진단을 통해 위험요인을 도출하고, 요인별 위험성을 측정해 시정하는 ‘Risk navigation map’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분야별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자체 점검 및 개선을 유도하고, 그 결과에 대한 내부감사 차원의 점검을 통해 기관 내 리스크를 제거해 청렴하고 투명한 기관이 되겠다. 특히 감사업무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처리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받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감사실 직원들은 물론 기관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
양병하 쿠키뉴스 기자
md5945@kukinews.com
남주성 한국수력원자력 상임감사위원 “현장소통 기반 코칭리더 역할에 충실”
입력 2018-02-25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