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국민의 정책 제안을 활발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모든 정책단계별로 적극 수용할 수 있는 민·관 협치형 참여방식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만큼 국민권익위도 이러한 정책방향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그동안 다수의 국민생각,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완성시킨 아이디어를 정책·제도 개선으로 발전시키는 ‘국민생각함’을 운영해왔다. 올해는 보다 많은 국민들의 의견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수렴할 수 있도록 정책참여 운영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직생활 대부분을 국무조정실에서 보냈는데, 국민권익위와 업무적으로 어떤 차이를 느끼나.
▷2014년 5월 국민권익위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근무했던 국무조정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국무조정실은 거시적 시각에서 국정 전반에 대해 조정하는 업무였다. 반면 국민권익위는 항상 국민들과 함께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어려움과 아픔을 하나하나 살피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보람과 사명감을 느낀다.
-업무 특성상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국민권익위에서 상임위원을 맡았을 때도 현장방문이 많았다. 현장조정 업무를 추진하면서 보람이나 감동을 가장 많이 느낀다. 실제로 현장을 나가보면 30∼40년간 케케묵은 고충들이 산적해 있다. 대부분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이 얽혀 있어 발생한 문제들이다. 누군가 먼저 나서서 양보를 하면 좋은데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누가 중재해야 하는데 그 업무를 국민권익위가 맡고 있다. 조정을 위해 조사관들이 수차례 현장을 방문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조정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해결된다. 당사자들이 너무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힐 때 느껴지는 보람과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일을 한다는 게 너무나 큰 행운이다(웃음).
-공직사회 청렴도 수준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국민의 기대와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국가별 부패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수인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는 평가자의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가 낮은 이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여러 대형 부패사건, 이를테면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 스폰서 부장판사 및 검사장 주식뇌물 사건, 엘시티 개발 비리, 롯데·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경영비리와 같은 사건들이 평가자의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국제투평성기구의 다른 평가지수인 세계부패바로미터(GCB)의 2017년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이 실제 부패를 경험한 비율은 3%에 그친다. 이러한 결과는 111개국 평균인 6%의 절반 수준이고, 청렴한 나라로 평가받는 호주(4%), 독일(3%) 등과 비슷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우리나라 청렴 수준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반부패 대책을 통해 우리사회의 부패유발요인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강력한 반부패 의지와 노력, 구체적인 정책성과 등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민원신호등’이 시행된다고 들었는데.
▷민원신호등은 사회적 이슈나 정부정책 가운데 민원 관련성이 높은 주제를 선정하고, 해당 주제와 관련된 민원 동향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제도다. 국민권익위가 구축한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상황판을 마련해 해당 주제와 관련된 민원 건수가 증가하면 빨강색, 감소하면 녹색이 나타나는 신호등 방식인 셈이다. 이를 통해 관계부처에서 주제별 민원 변동상황을 적시에 파악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계획을 밝혔는데 취지와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사회의 청렴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청탁금지법 제정시 제외된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부패통제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공직부패의 본질은 공직자가 자신의 권한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지난 1월 대통령령인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공직자의 공적 업무수행과 사적 이익이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공직사회에 우선 도입했다. 향후 공무원 행동강령 시행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해충돌방지 제도를 법률로 상향 입법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고충 전담팀 운영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기업은 우리 경제의 큰 축을 맡고 있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에 기업들이 많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금품수수, 직권남용 등 전통적 부패에서 기인하는 문제도 있지만 공직자들의 무사안일, 소극행정, 보신주의 같은 광의의 의미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패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부패로 인해 인허가 처리 등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도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에서는 고충통합처리를 담당하는 기업고충민원팀을 만들어 단순히 고충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부패의 뿌리를 완전히 뽑겠다는 계획이다.
양병하 쿠키뉴스 기자 md5945@kukinews.com
[공복에게 듣는다-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국민 눈물 닦아줄 때 큰 보람”
입력 2018-02-25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