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1000m 심석희·최민정 결승전서 추월 중 뒤엉켜
男 5000m 계주 결승에선 23바퀴 남기고 임효준 ‘꽈당’
각국 쇼트트랙 경기력 평준화 새 전략 세우고 신인 발굴해야
‘골든데이’는 없었다. 한국 쇼트트랙은 하루에 두 번이나 미끄러졌다. 관중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박수 속엔 한국 쇼트트랙이 오뚝이처럼 일어나라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4년 전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밖에 수확하지 못한 한국 쇼트트랙은 대표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재도약에 나섰다. 그리고 과학적인 훈련을 도입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무적이 아니라는 냉혹한 진실과 마주했다.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이 3개밖에 나오지 않아 한국 선수단이 잡은 ‘금메달 8개, 종합 4위’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국 남녀 대표팀은 22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와 여자 1000m,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섰다. 출발은 좋았다. 남자 대표팀의 황대헌(19)과 임효준(22)은 500m 결승에 진출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한국 대표팀에 악몽이 덮쳤다. 여자 대표팀의 ‘쌍두마차’ 심석희(21)와 최민정(20)은 여자 1000m 결승에 진출했지만 레이스 막판 추월을 노리다 둘이 뒤엉켜 넘어지면서 메달을 놓쳤다.
심석희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너무 허무하게 끝난 경기여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남자 대표팀은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메달 획득에 도전했다. 경기 중반까지 중국에 이어 2위권을 유지하던 한국은 임효준이 23바퀴를 남기고 스스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맏형 곽윤기는 “(임)효준이가 어떤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걸 알아서 경기 후에 따뜻하게 안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오늘의 이 마음을 잊지 않고 4년, 8년 후에도 단단한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근 세계 쇼트트랙 경기력은 평준화됐다. 전이경 SBS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이제 한국이 쇼트트랙 금메달을 휩쓸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한국인 지도자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고, 한국의 전력도 모두 노출돼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가대표를 지낸 한 전문가는 “쇼트트랙은 0.01초 차이로도 승부가 갈리는 종목”이라며 “각 팀들의 격차가 줄어들어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선수들이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경쟁 팀에 대한 뛰어난 전력 분석 능력은 한국 쇼트트랙의 선전 비결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른 팀들도 한국 못지않게 치밀하게 상대 전력을 분석한다. 평창올림픽에서도 각 팀은 전력 분석 요원들을 동원해 경쟁 팀들의 훈련 장면을 영상에 담으며 치열한 정보전을 펼쳤다.
그렇다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다시 강자로 올라설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전 위원은 “한국 쇼트트랙은 4년 후 중국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인라인스케이팅 선수들을 쇼트트랙 선수들로 대거 전향시키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은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릉=김태현 박구인 허경구 기자 taehyu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연달아 미끄러진 쇼트트랙… 무너진 ‘골든데이’
입력 2018-02-22 22:00 수정 2018-02-22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