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파트는 서훈 국정원장

입력 2018-02-23 05:05
서훈 국정원장. 국회사진기자단

北 통전부, 우리 국정원에 해당… 서 원장, 미 CIA에도 공들여
3국 ‘정보기관 채널’ 추진 포석… 文 대통령과 26일 면담 전망


청와대는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남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카운터파트를 서훈(사진)국가정보원장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일전선부장의 지위는 우리 쪽의 국정원장으로 알고 있으며 따라서 서 원장이 카운터파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북한 통일전선부(통전부)는 노동당 산하의 대남공작 및 정보기관이자 대남 정책을 총괄한다. 정확하게 일치하는 우리 측 정부 기관은 없다. 다만 그동안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우리 측 카운터파트는 통일부 장관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청와대가 김 부위원장 카운터파트를 서 원장이라고 공개한 것은 향후 남북 대화 및 북·미 대화 타진을 ‘정보기관 채널’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0일 무산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의 면담도 남·북·미 3국의 정보기관이 막후에서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서 원장이다. 서 원장은 취임 초부터 수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긴밀한 정보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CIA는 지난 1월 말 펜스 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북한 측 의사를 확인했고 이를 국정원 측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은 이를 토대로 폼페오 국장과 접촉해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회동을 설득했을 가능성도 높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 대화 추진 과정 가운데 한국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에서는 국정원 라인이 가동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미국 쪽도 자연스럽게 CIA 라인이 카운터파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통전부·CIA 3각 채널이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이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남한다는 통보만 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및 서 원장 등 우리 측 정부 인사와 김영철의 공식 면담은 26일 이뤄질 전망이다. 만남 장소는 지난 고위급 대표단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