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 간 내부 알력 표출… 경총 “내정은 있을 수 없어”
朴 “전형위원 6명 중 5명 대기업 출신” 강력 반발
회장·상임 부회장 모두 공석이란 초유 사태 발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2일 정기총회를 열었으나 차기 회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차기 회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던 박상희(사진) 대구경총 회장에 대한 추대 작업이 무산되면서 경총 내부의 알력이 표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정기총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회원사 간 갈등, 현 정부와의 관계 재설정 등 경총이 처한 현 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당초 이날 총회에선 중소기업 대표 출신의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회장 선임을 위해 꾸려진 전형위원회에서 선임 절차를 새로 진행키로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노사관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경총을 대표해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여기에 걸맞은 덕망과 경험을 가진 적임자를 바로 결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상희 회장은 회장 선임 무산은 대기업 중심의 전형위원회가 자신을 반대한 결과라며 반발했다. 박 회장은 “전형위원 6명 중 5명이 대기업 출신”이라며 “대기업 주도로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날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박복규 전국택시연합회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 6명을 전형위원으로 선정해 회장 선임안을 논의했다.
경총은 그동안 박병원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 후임자를 물색해 왔으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총회 날짜가 임박해서까지 후임자를 찾지 못하면서 박병원 회장이 연임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일 경총 회장단 모임에서 여권과 가까운 박상희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추천돼 이날 총회에서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총은 회장 선임은 총회 당일 꾸려지는 전형위원회에서 결정되며 내정 사실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무는 “19일 회장단 일부가 참석한 모임에서 박상희 회장을 포함해 몇 분을 추대한 걸로 안다”며 “회장 선임에 사무국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분(박상희 회장)이 내정됐다고 인터뷰해도 막을 방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회원사가 특정인을 밀고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그런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차기 회장 선임이 무산된 데다 14년간 상임부회장을 맡아온 김영배 상임부회장도 이날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경총은 회장-상임부회장이 모두 공석이 된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경총은 이날 총회에서 박병원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고, 상임부회장을 제외한 부회장이 모두 유임돼 내부 의사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경총 회장, 박상희 추대 무산… 中企 출신이라 ‘보이콧’?
입력 2018-02-2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