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년 만에 女아이스하키 金맛… 加 5연패 저지

입력 2018-02-22 20:20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22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슛아웃까지 가는 접전 끝에 캐나다 대표팀을 3대 2로 이기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미국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캐나다는 이 경기 전까지 올림픽 4연패와 24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AP뉴시스

올림픽 4연패·24연승 캐나다 세계 1위 미국과의 명승부
슛아웃까지 가는 혈전 끝에지긋지긋한 ‘加 징크스’ 날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팀 공격수 조슬린 라모르는 퍽을 몰고 캐나다 골리가 지키는 골대로 향했다. 라모르가 왼쪽으로 공을 한번 몰자 골리가 움찔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라모르가 오른쪽으로 한번 더 퍽을 옮긴 뒤 만들어진 빈 공간으로 슈팅해 득점했다. 이어 캐나다의 마지막 슈터 메간 아고스타의 슛이 미국 골리에게 막혔다. 미국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미국 선수들은 장갑을 하늘에 집어던지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 4번의 동계올림픽에서 3번 결승전 상대로 만나 모두 패배하며 만들어진 지긋지긋한 ‘캐나다 징크스’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22일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 여자 아이스하키의 영원한 라이벌 미국과 캐나다 전의 열기는 경기에 앞서 일찌감치 하키센터에서 달아올랐다. 얼굴에 미국 국기를 그려 넣은 10대 소년들이 소리 높여 ‘USA’를 연호했다. 붉은 가면을 쓴 남성 4명이 단풍이 크게 그려진 망토를 두르고 ‘캐나다’를 연호했다.

선수단이라고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미국 대표팀 감독 롭 스타우버는 속이 타는 듯 연신 물을 들이켰다. 심판이 퍽을 떨어뜨리자 양팀 선수들은 남자 경기에 뒤지지 않는 빠른 속도로 빙판을 누비기 시작했다. 팬들도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목청이 터져라 응원했다.

1피리어드 초반 미국이 공격에서 우세하자 미국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미국이 번번이 찬스에서 득점에 실패하자 캐나다 관중이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팽팽했던 균형은 1피리어드 종료를 30여초 남기고 깨졌다. 캐나다 골리 앞에 자리를 잡은 미국의 힐러리 나이트가 동료 시드니 모린이 골대를 향해 쳐낸 퍽의 방향을 스틱으로 살짝 건드려 방향을 바꾸며 골대에 집어넣었다.

캐나다는 2피리어드에서 바로 두 골을 터뜨리며 응수했다. 이때 한 캐나다 관중은 ‘캐나다를 이길 수 없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3피리어드에서 미국의 모니크 라모르가 캐나다 골리와의 1대 1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대 오른쪽에 골을 집어넣으며 동점골에 성공,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결국 3피리어드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돌입한 슛아웃(공격수가 하프라인에서 퍽을 드리블해 상대 골리와 1대 1 승부를 벌이는 것)에서 미국이 3대 2로 승리하며 3시간동안 이어진 혈투는 막을 내렸다. 미국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탈환했다.

이번 대회 4경기를 포함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올림픽 무대에서 패하지 않은 ‘무적군단’ 캐나다. 최근 3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캐나다를 누르고 우승했던 미국. 결승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이들의 경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었던 ‘먹을 것 많은 잔치’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