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처녀들이 큰일했다 이제 컬링이 먹여 살릴 것
금메달 꼭 목에 걸었으면” 4강 신화에 군민들 부푼 꿈
NYT·로이터 등 현지 취재… 특산품 마늘 전 세계에 홍보
명실공히 컬링 본고장으로 지역경제 새로운 성장동력
전체 인구는 5만3390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만315명이나 된다. 지난달 출생자는 18명에 불과하고, 사망자는 127명에 달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북 의성군의 지표는 암담하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선정한 ‘30년 이내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자체 10곳’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한 게 바로 의성이다. 전국에서 인구소멸 위기가 가장 높은 곳이란 얘기다. 그런 의성에서 희망이 샘솟고 있다. “이젠 컬링이 의성을 먹여 살릴 겁니다”라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22일 기자가 찾은 의성읍내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서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감지됐다. 거리를 오가는 군민들과 군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모두 더 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암담한 지표와는 딴판이었다. 의성 출신 ‘시골처녀’들의 컬링 선전은 군 전체를 하나로 만든 것을 넘어 암울하기만 했던 시골 소도시가 회생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여자 컬링팀이 최강팀들을 연파하며 세계 4강 신화를 이루자 시골처녀들이 훈련했던 곳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 언론은 물론 유수의 외국 언론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지난 21일엔 뉴욕타임스가 의성컬링센터 등을 찾았고 23일엔 로이터 통신 취재진이 방문할 예정이다. 그동안 외국인 구경하기가 어려웠던 주민들은 읍내에 잇따라 출현하는 외국 취재진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군민 이세우(58·농업)씨는 “컬링이 아니었다면 의성이라는 시골이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도 모를 텐데 외국인들까지 이곳을 찾아오게 했으니 의성의 딸들이 정말 큰일을 해냈다”고 반겼다. 신일연(62) 의성마늘생산자연합회장은 “우리 딸들이 컬링으로 마늘 홍보까지 해 주니까 고맙고 감사하다”며 “25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골처녀들의 선전이 침체된 지역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활력을 가져다주자 지자체도 이번 기회를 지역경제 회생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의성군은 현재 4개 레인 규모인 의성컬링센터에 2개 레인을 증축하기로 했다. 명실공히 의성을 컬링의 본고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컬링센터를 국내는 물론 외국 선수들의 전지훈련장으로 적극 홍보할 방침이다. 컬링 이전 한때 의성을 대표하는 스포츠였던 씨름까지 한데 묶어 체험관광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대표 특산물인 마늘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이번 기회에 전국 최고 생산량을 자랑하는 의성 자두 홍보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의성 딸들의 승전보는 군민들의 자긍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컬링센터 시설 확충은 물론 초·중·고교 선수 발굴·육성에도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김재산 기자
‘소멸 위험’ 1위 의성의 대반전… “컬링의 딸들이 살렸다”
입력 2018-02-2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