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혼 합법화 추진… 터키는 간통죄 복원 착수

입력 2018-02-23 05:03
백년해로는 동서고금의 영원한 숙제다. 결혼생활에 대한 국가와 종교의 영향력 감소가 엄연한 현실인 가운데 종교색이 강한 두 국가 필리핀과 터키가 상반된 법 개정에 나섰다.

미국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하원 인구·가족관계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이혼 허용 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 본회의에 상정했다. 법안은 치유할 수 없는 갈등으로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고, 5년 이상 별거한 경우 이혼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바티칸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이혼이 불법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필리핀에서 혼인을 종결하는 방법은 2∼5년간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드는 혼인무효 소송을 거치는 길뿐이다. 이혼이 인정되지 않으니 바람을 피우거나 별거하더라도 양육비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도 없다. 때문에 이혼제도 도입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이슬람 국가 중 세속주의 영향이 강해 일찌감치 간통죄를 없앴던 터키는 ‘간통죄 복원’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추진해 온 탈세속화·보수화 정책의 일환이다.

터키 대통령실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가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담긴 형법 개정을 위한 실무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거 유럽연합(EU) 가입 절차를 밟으면서 정부가 (간통죄 복원을 포기한) 과오를 저질렀다”며 “간통에 대한 터키의 시각은 서구사회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 총리 재임 중에도 이슬람율법 준수를 이유로 간통죄 부활을 추진했지만, 회원 가입 심사에 불리할 것이라는 EU의 경고에 뜻을 접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