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자살위험 최대 4배↑

입력 2018-02-23 05:05
사진=뉴시스

미세먼지와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이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세먼지는 자살 위험을 최대 4배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민경복 교수팀은 2002∼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동일 특성 공유 집단)에 등록된 성인 26만5749명을 연구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22일 밝혔다. 그간 대기오염 물질이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는 여럿 있어 왔지만 자살 위험과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 거주지별로 대기오염 물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누적 노출값을 추정하고 오염 물질별 농도에 따라 각기 4개 그룹으로 나눠 자살 발생 위험을 비교 했다. 연구 기간에 총 564명(0.2%)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분석 결과 11년간 미세먼지(PM10)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의 자살 위험은 가장 적게 노출된 그룹보다 4.03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황도 같은 비교 조건에서 자살 위험을 각각 1.65배, 1.52배 상승시켰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으로 생긴 신체 질환이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쳐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민 교수는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되는 대기오염 물질이 몸속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단백질을 활성화한다”면서 “실제 자살 생각을 했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에게서는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국가적 대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종합환경과학’ 인터넷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