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바닐라 스위스 아몬드를 가장 좋아한다. 망고 소르베도 괜찮다.”
클로이 김(한국명 김선·18)이 지난 12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파크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을 1위(95.50점)로 통과한 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다음날 결선을 앞두고 있었지만 부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쿨 틴에이저(cool teenager)’가 평창올림픽을 강타하고 있다. 이들은 자유분방하다. 승부를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기를 즐긴다.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올림픽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클로이 김은 압도적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여자 스노보드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동계올림픽 역대 여자 하프파이프 최고점(98.25점)을 받기도 했다. 클로이 김은 성적도 좋았지만 SNS를 적극 활용해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결선 3차 시기에 나서기 직전 자신의 SNS에 “아침에 샌드위치를 다 안 먹은 게 후회된다. 괜히 고집을 부렸다. 이제야 행그리(hangry)하다”는 글을 올렸다. ‘hangry’는 ‘hungry’와 ‘angry’를 합친 신조어로 ‘배가 고파서 짜증이 난다’는 뜻이다.
클로이 김의 화려한 묘기에 열광한 팬들은 가식 없는 SNS 글에 또 한 번 열광했다. 클로이 김은 스포츠스타가 즐비한 미국에서 마케팅 전문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미국 유명 스포츠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최신호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미국에 첫 금메달을 안기며 올림픽 스노보드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레드먼드 제라드(18)도 톡톡 튀는 개성을 선보이고 있다. 제라드는 2000년 6월생으로 같은 해 4월생인 클로이 김보다 두 달 어려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에 올랐다. 피겨스케이팅에서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와 신예 알리나 자기토바(16) 등도 뛰어난 실력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의 10대들도 유쾌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경기를 즐기고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땐 한국의 10대 선수가 9명이었지만 이번에는 23명에 이른다.
남자 쇼트트랙의 황대헌(19), 여자 쇼트트랙의 김예진(19)과 이유빈(17), 피겨스케이팅의 최다빈(18)과 차준환(17),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민석(19)과 정재원(17) 등은 자신의 기량과 끼를 맘껏 펼쳐 보였다. 2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낸 막내 정재원은 “다음 올림픽에선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10대 선수들은 누군가의 강요를 받아서가 아니라 꿈을 좇아 구슬땀을 흘린다. 즐기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인생관이 뚜렷하다. 4년 후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강릉=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올림픽 문화 바꾸는 자유분방 틴에이저
입력 2018-02-2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