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내식당서 중견기업 ‘우뚝’

입력 2018-02-23 05:05

대기업 계열사의 텃밭인 구내식당 사업에서 20년 동안 세를 넓히고 있는 기업이 있다. 2009년 연매출 250억원의 중소기업이었던 ‘제이제이케터링’은 롯데마트 구내식당 운영을 확대하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마트 양평점에서 만난 이봉우(사진) 제이제이케터링 대표이사는 “매달 구내식당 운영에 관한 성적표를 받는다. 제대로 못하면 경고장이 날아온다”며 “문제점을 지적받으면 바로 반영하고 대응한 결과 지난해 단체급식 매출이 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구내식당 112개 중 89개를 중소기업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인 아워홈과 롯데푸드가 운영하는 구내식당은 23개에 불과하다. 직원 평가를 바탕으로 단체급식 업체 간 경쟁을 붙여 매년 구내식당 운영을 조정한 결과다. 매월 직원 설문조사를 진행해 연간 평가를 산출하고, 잘하는 업체가 다음 계약 때 더 많은 점포를 맡게 되는 구조다.

단체급식에서 위생은 가장 민감한 문제다. 이 대표는 “위생에서 한 번 문제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마트에서도 수시로 점검을 나오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위생팀이 불시 점검을 해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0개에 달하는 위생 점검 항목을 두고 주변에선 ‘무균 실험실을 방불케 하는 점검’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부사원이 많은 마트 특성상 맛도 소홀히 하기 어렵다. 이 대표는 “주부들은 냉동 야채와 즉석에서 재료를 썰어 낸 음식 맛을 구분한다”며 “주부 입맛을 고려해 함께 끓여먹을 수 있는 전골류를 준비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점포 특성에 따라 대체 메뉴를 준비하거나 라면, 삼겹살을 내주는 경우도 있다. 혼자 끼니를 때우는 직원들을 위해 1인 찌개도 선보였다.

김창용 롯데마트 경영지원본부장은 “창립 초기부터 중소 단체급식 업체에 구내식당을 맡겨 잘하는 곳이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며 “말로만 상생을 외치기보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부터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