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정부와 GM 간 신경전이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장관과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면담 일정을 두고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21일 백 장관과 엥글 사장의 만남에 대해 “일정 조율이 안 돼 무산됐다”며 “대신 이인호 차관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이 백 장관을 대신해 엥글 사장을 만나는 것이 한국 정부가 미국의 기대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엥글 사장은 22일 백 장관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나 외국 투자기업 대표가 온다면 만나겠다던 백 장관은 부산에서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GM 측 요청에 즉답하지 않았다. GM 측이 “일정이 없어 엥글 사장이 오늘(21일) 돌아갈 것”이라고 맞불을 놓자 그제야 산업부는 ‘조율 중’이라는 말로 만남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산업부는 GM이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M이 제시한 요구안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GM이 요구한 것은 유상증자 참여, 자금 지원, 담보 제공, 외투지역 지정 등 4가지다.
백 장관은 이날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GM 측이) 일정 수준의 요구안을 제시해 실무진이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 “전체적인 투자 법률이나 규정에 맞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GM에서 구조조정 계획을 포함한 자구안을 내놓고 패키지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쉬쉬하다가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산업부 등으로부터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GM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신규 투자 계획과 4가지 사항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군산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규범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되면 사업 재편, 지역 특화발전 등 6개 부문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정부-GM ‘기싸움’… 백운규·앵글 면담일정부터 신경전
입력 2018-02-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