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日롯데홀딩스 대표 사임… 지배구조 빅뱅 오나

입력 2018-02-22 05:01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가
한·일 롯데 통합 경영해와
뉴롯데 구상 흔들릴 듯

신동빈 ‘홀딩스’ 지분 1.4%
롯데측 “우호 지분 이상無”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사임함에 따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과 함께 내걸었던 ‘뉴롯데’ 구상이 표류하고 한국 롯데가 다시 일본 롯데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일본 롯데홀딩스 대주주인 광윤사의 주식 과반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1일 이사회에서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안을 승인했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번 사태가 일본법상 이사회 자격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은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지고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관행이다. 다만 신 회장은 부회장과 등기이사직은 유지했다. 신 회장의 사임으로 공동대표였던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단독대표로 선임됐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롯데그룹 전체가 일본 전문경영인과 주주 등 일본인에 의해 지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일 롯데의 지분구조상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자가 결국 한·일 양국 롯데의 총괄 경영권을 쥐게 되는 셈”이라며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사임했으니 한국 롯데는 경영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본 경영진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롯데그룹 내에서도 앞으로 일본 경영진이 한국 롯데에 배당금 확대와 경영 참여 요구를 해올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91.8% 보유하고,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일 롯데를 모두 다스리는 형태다.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원롯데’의 수장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신 회장은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받아 2015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돼 한·일 롯데를 통합 경영해 왔다. 롯데 측은 신 회장 구속이 1심 결과이고,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일본 주주들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우호 지분 확보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로 한·일 롯데그룹 분리를 위한 호텔롯데 상장이 미뤄진 게 한국 롯데그룹으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를 거점으로 권토중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광윤사는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신 전 부회장은 이 광윤사의 50%+1주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신동빈 회장은 즉시 사임해야 한다”는 발표문을 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