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15억, MB에 전달 정황 포착

입력 2018-02-21 18:34 수정 2018-02-21 23:10

檢, 이상은 회장은 명의 대여자·주인은 MB로 판단

2007년 150억 입금됐던
이 회장 계좌잔고 10억대로

2002년 7월∼2007년 7월
월 1000만∼4000만원 빼가
MB 자금관리인 이병모
“이상은에 돈 전달은 거짓”

이시형이 이상은 통장서
10억 꺼내 쓴 정황도 파악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의 은행계좌로 입금됐던 서울 도곡동 땅 매각 대금 가운데 2002년부터 5년간 현금으로 인출된 15억여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서류상 땅 주인이자 계좌 명의자인 이 회장은 애초부터 대금 운용·처분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7년 기준으로 150억원가량 들어있던 이 회장 계좌의 잔액은 현재 10억원대로 줄어든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 전 대통령의 자금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부터 “2008년 BBK 특검 때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을 이 회장이 가져다 썼다고 한 말은 거짓이었다. 자금 사용 주체는 이 전 대통령”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정호영 BBK 특검팀은 도곡동 땅 판매 대금이 보관된 이 회장 계좌에서 2002년 7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매월 1000만∼4000만원씩 모두 15억여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부분을 조사했다. 이 국장이 자금 인출 및 배달 역할을 맡았다. 이 시기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있던 때다.

당시 이 국장은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신한은행 법조타운지점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해 이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도 특검 조사에서 “평소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상 매월 3000만원을 찾아놓게 했다. 접대와 술값으로 1000만원 정도 사용하고 생활비, 일본을 오가는 경비 등을 감안하면 3000만원도 모자랐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실제 땅 주인이며, 땅을 판 돈도 본인이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특검도 이를 받아들여 이 전 대통령과 도곡동 땅은 무관하다고 결론 맺었다.

그러나 현 검찰은 이 국장 등의 진술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대금 사용처 자료 분석을 통해 이 회장은 명의 대여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자금 지배권이 진짜 땅 주인인 이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에 대한 과거 수사 결과는 전면 재검토가 돼야 할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문제의 도곡동 땅 4240㎡는 이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2011년 사망)씨가 1985년 5월 15억6000만원에 공동 매입했다. 이들은 95년 9월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을 받고 이 땅을 팔았다. 대금 중 약 23억원은 다스 지분 매입에 쓰였으며, 10억원은 다스가 2000년 12월 BBK에 190억원을 투자할 때 포함됐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는 2013년 이 회장 통장에서 10억원가량을 꺼내 사적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논현동 사저 건물을 증축하는 데 들인 수십억원에 도곡동 땅 대금 20여억원이 투입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 회장 몫의 150억원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이 전 대통령이 도곡동 땅 거래로 얻은 차익을 형의 명의로 보유하면서 최근까지 상비금으로 활용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금융종합과세 납부, 주식투자 손실금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 전 대통령과 연결돼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다스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된 거액의 비자금 행방을 추적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국장의 구속영장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적시된 만큼 향후 이 전 대통령에게 횡령, 탈세 등의 혐의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