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실려 있는 ‘고은 詩’ 어쩌나… 교육부 고심

입력 2018-02-22 05:00

“성추행범의 시를 학생이 배워야 하겠는가.” “시인의 행실과 작품의 예술성은 분리해야.”

고은(사진) 시인의 후배 문인 성추행 의혹이 교과서로 옮겨 붙었다. 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된 그의 시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 들면서 교육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은 시인의 작품은 교과서는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나올 만큼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중학교와 고교 교과서 11종에 시와 수필이 실려 있다. 중학생용 교과서에는 1개 출판사의 국어④ 교과서에 ‘그 꽃’이 수록돼 있다. 고교생용 교과서에선 6개 출판사의 문학 교과서에 ‘선제리 아낙네들’ ‘머슴 대길이’ ‘어떤 기쁨’ 등의 시가 실렸다. 독서와 문법 교과서에선 ‘순간의 꽃’ ‘인생의 책들’이 나온다. 올해 고교 1학년이 쓰는 새 국어 교과서(2015 개정 교육과정) 중에는 2개 출판사가 ‘순간의 꽃’과 고은 시인이 언급된 다른 작가의 수필을 실었다. 2011학년도 수능 국어에선 ‘선제리 아낙네들’이 문제로 나오기도 했다.

교육부의 태도는 아직 조심스럽다. 과거 친일 행적이 문제가 된 미당 서정주 작품 논란처럼 문학계와 교육계, 여성계에서 전면적 논란으로 비화될지 눈치를 살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고교 국어교과서는 검정도서여서 수정·보완 권한이 발행사와 저작자에 있다”면서도 “교과서는 상시 수정 보완할 수 있으므로 저작자가 요청하면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은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교육부 교과용도서심의회를 통해 수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