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킴 돌풍의 핵… 무표정 ‘안경 선배’ 폭풍 인기

입력 2018-02-22 05:00
김은정이 스톤을 투구하면서는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강릉=김지훈 기자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 기자 마크 디 스테파노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컬링 여자 대표팀 스킵(주장) 김은정을 소개하는 기사를 올리며 “나는 김은정에 푹 빠졌다”고 적었다(왼쪽 사진). 김은정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관중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강릉=김지훈 기자, 트위터 캡처
주장으로 동료들에 작전지시
경기 임할 땐 엄격·근엄·진지… '엄근진' 별명·'영∼미' 유행어

OAR·덴마크마저 완파… 8승1패로 예선 1위 확정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4강 돌풍을 일으킨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중심에는 스킵(주장) 김은정(28)이 있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경기에 집중하는 그의 카리스마는 물론 일거수일투족이 국내외에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장 김은정은 여자 대표팀을 이끌며 동료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네티즌은 안경을 쓴 채 집중하는 김은정의 모습에 ‘안경 선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는 뜻에서 ‘엄근진’이라는 별명도 있다. 지난 19일 스웨덴전을 마친 김은정은 관중석을 향해 승리의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걸크러시’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김은정은 20일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경기 중 거울을 보지 못해서 제 표정을 잘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표정이라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다. 샷에만 집중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경기 중 체력 보충을 위해 근엄하게 바나나를 먹는 모습, 컬링화 속에 숨겨진 만화 포켓몬스터 캐릭터 ‘꼬부기 양말’, 안경을 벗으면 더 순수하고 착해 보인다는 그의 얼굴까지 화제가 되는 등 국민들의 관심사는 오직 김은정에게 쏠려있는 듯하다.

그의 “영미! 영미!” “영∼미” 외침은 이번 올림픽 최고 유행어가 됐다. 김은정은 경기 중 작전 지시를 위해 팀의 리드 포지션인 동료 김영미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친다. 21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만난 김영미는 “은정이가 ‘영미!’라고 급하게 부르면 빨리 끝까지 닦으라는 의미다. ‘영∼미’라고 부드럽게 부르면 천천히 준비하라는 뜻”이라며 “예선에 집중하느라 아직 컬링 인기를 잘 모르지만 관중석에서 제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보이더라”고 활짝 웃었다.

김은정의 인기는 국내뿐이 아니다. 커다란 안경을 쓴 채 얼음판 위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김은정에 대해 외국 취재진과 관광객은 물론 다른 종목 선수들까지 “진지하고 야심찬(ambitious) 표정이 아름답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는 20일(현지시간) “김은정이 새로운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사람들은 사랑스러우면서 진지한 이 올림픽 컬링 선수(김은정)에게 사로잡혔다”고 보도했다.

21일 오전 한국과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의 예선 8차전 경기를 관람한 러시아인 알렉산더 슈미트(33)씨는 “김은정이 5엔드 마지막에 스톤을 하우스에 정확히 넣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다른 선수보다 더 자신감에 찬 김은정이 멋지고 아름답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 미국 유타주에서 온 도로시 콜리(73)씨도 “특히 김은정은 프리티 걸(pretty girl)이다. 경기에 집중하며 날카롭게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예쁘다”고 했다.

외국 선수단에서도 김은정은 화제다. 20일 오후 경포대의 한 횟집을 찾은 오스트리아 스키점프 팀 스태프 다니엘 페트너(37)씨는 손으로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저 커다란 안경 쓴 선수(김은정)의 이름을 알 수 있느냐”며 “그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여자 대표팀은 21일 오전에 치른 예선 8차전에서 OAR을 11대 2로, 오후에 열린 9차전에서 덴마크를 9대 3으로 완파했다. 파죽지세로 8승1패의 성적을 거두며 예선 1위를 확정했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23일 준결승 경기를 갖는다.

강릉=박구인 양민철 방극렬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