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광성 해외출장으로 세금 축낸 경제자유구역청

입력 2018-02-21 18:00
지방자치단체들이 외국인 투자 유치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 직원과 조합위원들이 매년 관광성 해외출장으로 세금을 낭비해 오다 국무조정실 부패예방감사단에 적발됐다. 전국 8개 경자청 가운데 2개 지자체가 조합 형태로 공동 설립한 부산·진해, 광양만, 대구·경북경자청 등 3곳에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47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외자 유치를 위한 공무출장이라고 둘러댔지만 적발된 사례들은 누가 봐도 관광이 주목적이다. 외자 유치와 관련 없는 직원 10여명을 선발해 1주일 일정으로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둘러보는 출장을 한 해 세 차례 실시한 곳도 있었다. 경자청의 운영과 예산 편성, 감사 권한을 가진 조합위원들이 다녀온 것도 8건이나 됐다. 시·도의원과 부시장 등 조합위원 4명이 11일간 투자 유치와 관계 없는 보츠와나 잠비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빈국에서 사파리 투어, 빅토리아 폭포 관람, 아프리카펭귄 관람을 즐기기도 했다. 2015년 메르스 발병, 2016년 탄핵 정국에도 관광성 해외출장은 끊이지 않았다고 하니 도덕적 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이 해외를 다녀오며 쓴 돈은 지자체 예산이다. 국내 외자 유치 중 경자청이 유치한 비중은 7.6%에 불과해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런데도 본업에 집중하기보다 세금으로 돌아가며 해외 관광을 즐겼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의원, 지방의원, 정부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공무를 빙자한 관광성 해외출장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숱하게 지적됐지만 이런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 정부는 비난 여론이 일면 제도 개선에 나서는 척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무분별한 관광성 해외출장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시늉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제도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