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싱글·알파인 스키 ‘여제 대관식’… 22·23일 ‘최종 승부’

입력 2018-02-22 05:03

평창 동계올림픽의 후반전이 ‘여제(女帝) 대결’로 뜨거워지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에서 20분 만에 세계신기록이 두 번 경신되는 진풍경까지 나왔다. 대회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한껏 드높인 여자 스포츠스타들은 22일과 23일에 ‘최후의 승부’를 펼친다.

알리나 자기토바(16)는 21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나서 세계신기록(82.92점)을 세우며 1위를 차지했다. 자기토바와 같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인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는 30명의 선수 가운데 25번째 연기를 했다. 쇼팽의 ‘녹턴’ 선율에 맞춰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연기를 선보인 메드베데바는 81.61점을 얻었다. 자신이 지난 11일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에서 수립한 세계신기록(81.06점)을 넘어섰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28번째로 나선 자기토바는 곧바로 메드베데바를 밀어냈다. 자기토바는 ‘블랙 스완’의 배경음악에 맞춰 빙판을 가로질렀다. 연기를 마친 뒤 승리를 확신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메드베데바가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불과 20분 만에 다시 세계신기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인 두 선수는 23일에 다시 맞붙는다.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은반의 여왕’을 가리게 된다.

여자 스키에서도 슈퍼스타들이 충돌한다. 미국 여자 스키 대표팀의 간판 린지 본(34)과 미국의 샛별 미케일라 시프린(23)은 22일 알파인스키 복합 경기에 출전한다. 평창올림픽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은 처음이다. 시프린은 강풍으로 경기 일정이 잇따라 미뤄지자 17일에 치른 알파인스키 슈퍼대회전, 21일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에 불참했다.

슈퍼대회전에서 6위로 부진했던 본은 활강 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본은 “평창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할아버지를 위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에서 유일한 구기종목인 아이스하키에서도 ‘라이벌 전쟁’이 시작됐다. ‘무적군단’ 캐나다는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숙적 미국과 금메달을 놓고 대결한다.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예선경기를 포함해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올림픽 경기 24연승이다. 이에 맞서는 미국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우승 이후 바짝 독이 올라 있다. 미국은 올림픽 결승전에서만 캐나다에 3번이나 패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캐나다가 미국에게 2대 1로 승리했다. 다만 미국은 최근 3번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캐나다를 누르고 우승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