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국에 메달을 안기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선 귀화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비록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토종 한국인 못지않은 애국심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출신 알렉산더 겜린(25)은 남다른 한국 사랑과 유쾌한 성격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아이스댄스 파트너 민유라(23)와 함께 평창올림픽에 나서고자 지난해 7월 귀화했다. 당시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여권 사진을 공개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취재진에게는 새로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을 자랑했다. 평소 민유라와 함께 한복을 입은 모습이나 장난기 가득한 사진을 공개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20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평창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경기를 마쳤다. 20팀 중 18위에 그쳤지만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복을 입고 나와 아리랑 선율에 맞춰 서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평창올림픽에서 전 세계인과 ‘아리랑’을 함께 느끼고 싶다”던 겜린은 그 목표를 이뤘다.
캐나다 출신 맷 달튼(32)은 2016년 3월 귀화한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수문장이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4전 전패로 예선 탈락했다. 그러나 달튼은 지난 19일 모국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45세이브의 선방 쇼를 펼치는 등 혼신의 힘을 쏟았다. 달튼은 “정말 감사하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열심히 뛸 수 있었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해서 팬들이 주신 사랑을 되갚고 싶다”고 말했다.
달튼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이순신 장군 동상이 그려진 헬멧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치적 메시지나 구호를 장비에 표시해선 안 된다는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재를 받았다. 이에 달튼은 임시로 스티커를 붙여 헬멧 일부를 가린 뒤 대회를 치렀다.
한국 바이애슬론의 새 역사를 쓴 티모페이 랍신(30)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2월 러시아에서 귀화한 그는 국내 유일의 남자 바이애슬론 선수다. 그는 평창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16위, 추적 22위, 개인 경기 20위, 매스스타트 25위를 기록하며 부문별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을 써냈다. 대회 기간 취재진에게 태극마크 배경에 자신의 사인이 담긴 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랍신은 지난 18일 매스스타트 경기가 끝난 뒤 “다시 4년을 잘 준비해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 대표로 출전하고 싶다”며 “바이애슬론이 한국에서 좀 더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릉=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토종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귀화선수들 ‘평창 열정’
입력 2018-02-2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