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예수, 선포와 독특성’ 김동건 교수] “예수를 인간이 만든 틀 속에 가두지 마라”

입력 2018-02-22 00:01
김동건 영남신학대 교수가 20일 경북 경산의 영남신학대 연구실에서 갓 출간한 저서 ‘예수, 선포와 독특성’을 들고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0여권의 신학 서적으로 일반인, 평신도 등과 소통해 온 김동건 영남신학대 교수가 또 한 권의 책을 내놨다. ‘예수, 선포와 독특성’(대한기독교서회)으로 500쪽 넘는 책이다. 예수와 그의 가르침을 두고 제기돼 온 다양한 궁금증과 그에 대한 답을 차근차근 풀어놨다. 대한기독교서회 대표 서진한 목사는 초고를 읽은 뒤 “드디어 우리도 신학적 사대주의를 벗어나겠구나”라고 평했다. 20일 경북 경산에 있는 영남신학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거의 4년 만에 펴낸 책인데 예수에 관한 이야기다. 너무 흔한 주제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독자 눈높이에 민감한 저자가 내놓은 책이라는 점에서 기대감도 있다. 출간 계기가 궁금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다루는 기독론(그리스도론)은 모든 신학교의 필수 과목이다. 나 같은 경우 신대원에 입학하면서 일찌감치 전공을 기독론으로 정했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는 25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도 시종일관 기독론이었다. 박사 논문도 같은 주제였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독론 책을 쓰고 싶다’고 오랜 시간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이제야 약속을 지켰다.”

-‘신학적 사대주의를 벗어나게 하겠구나’라는 서평이 인상적이다.

“130년 안팎의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신학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신학은 대부분 서구에서 주도해 왔기 때문에 한국과 엄연한 격차가 있다. 기독론 전공자로서 외국 학파나 학설을 소개하고 싶진 않았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역사적 예수 탐구’ 신학자로 꼽히는 존 도미니크 크로산이나 마커스 보그 등의 최신 연구 동향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박할 건 반박하고 수용할 건 수용하면서 ‘누구누구의 신학은 이렇다’가 아니라 나만의 신학을 제시하고자 했다.”

-‘예수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특별히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성경에는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부분이 더러 등장한다. 일례로 예수는 구원을 선포했지만 동시에 회개를 요청했다. 그렇다면 구원은 회개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구원은 오직 은혜로만 가능한가. 또 예수는 죄인들을 용서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용서가 심판보다 우선되는가.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관심가질 만하다. 이 같은 질문과 답을 통해 성도 간, 또는 신자와 비신자 간 새로운 차원의 대화가 가능하리라 본다. 이 책이 지향하는 바다.”

-역사비평 방법을 사용해 그리스도론을 풀어내는 방식이 흥미롭다. 그 과정에서 ‘역사적 예수 연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데.

“‘예수 믿으면 천당 간다’는 식의 교리적 선포가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 ‘오병이어’ 같은 성경 속 이야기조차 합리주의적 해석이 등장하는 시대다. 교회에서도 부활 설교 빈도가 줄어든다. ‘부활’을 문자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겠느냐는 인식이 팽배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변화가 ‘역사적’ 예수를 근거로 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의 교리적 그리스도론만으로 ‘예수가 그리스도다’라는 그리스도론의 핵심 고백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역사적 예수를 근거로 그리스도론을 풀어내게 만든 이유다. 그래서 역사적 예수와 신앙적 예수가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만날 수 있음을 책에서 얘기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인의 신학’ ‘평신도 신학’을 주제로 독자와 소통했다. 이번 책에서 꼽는 신학적 키워드가 있다면.

“교리화된 예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틀에 가둬놓고 기독교에서만 통하게 만드는 예수는 진정한 예수가 아니다. 성경에 근거하면서도 역사와 사회를 포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예수’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성경 속 예수는 파편적 (또는 모자이크식) 예수였다. 어떤 이에게는 예수가 사랑의 예수지만 심판의 예수, 무서운 예수, 용서의 예수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예수에 대한 충돌적이고 모순적인 이해를 벗어나야 한다. 종합적이고 통전적으로 예수를 알아야 한다.”

경산=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