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실격당해도… 쇼트트랙의 당당한 크리스티

입력 2018-02-22 05:05
사진=AP뉴시스

20일 열린 여자 쇼트트랙 1000m 예선 경기에서 출발 직후 빙판 위에 넘어진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사진)는 재경기 기회를 얻고도 ‘이제 더는 달릴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오른쪽 발목은 이미 평소의 2배 굵기로 부어 있었다. 지난 18일 1500m 준결승 경기에서 리진위(중국)와 충돌하며 다친 발목이다. 크리스티는 주사를 거부하고 얼음찜질만 한 뒤 출전을 강행했다.

포기하려던 크리스티는 고통을 참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경기장을 정리하는 잠깐의 시간에 크리스티는 “우습겠지만 고향에서 지켜볼 사람들이 갑자기 생각났다”고 했다. 아픔을 참고 4위에서 3위로, 2위로 나갈 때마다 한국의 관중들이 박수를 보냈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때에 한국 선수를 쓰러뜨린 그에게 악플을 퍼붓던 나라의 관중이었다.

2위로 레이스를 마친 크리스티는 곧바로 실려 나갔고, 경기장에 돌아올 필요가 없었다. 경기 중 폴란드와 헝가리 선수들에게 거친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옐로카드(YC)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소치올림픽과 평창올림픽을 통틀어 6차례의 개인 종목에서 모두 넘어지거나 실격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크리스티는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그저 싸울 뿐이고, 옐로카드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덤덤해 했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여전히 쇼트트랙 선수로 출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사이클 선수로 변신할 계획이었다.

크리스티는 “나는 최근 4년간 양손에 들기 어려울 정도로 메달을 따냈고, 여전히 세계기록 보유자”라며 “이것이 내가 베이징으로 돌아갈 이유”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