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거나 “경이롭다”거나. 이 영화를 향한 찬사에 빠지지 않는 표현이다. 오프닝 시퀀스를 마주하자마자 그 이유를 실감할 것이다. 물속에 잠긴 집과 그곳에 평온히 잠들어있는 한 여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그렇게 동화 같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때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언어장애를 가진 그는 들을 수 있지만 말할 순 없다. 반복되는 일상과 외로움에 지쳐가던 어느 날, 실험실에 잡혀 온 신비로운 괴생명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온몸이 비늘로 덮인 인간의 형체를 한 이 괴생명체는 지능과 공감 능력을 지녔다. 그에게 묘한 동질감과 운명 같은 끌림을 느낀 엘라이자는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의 눈을 피해 교감하던 둘은 급속도로 친밀해진다. 스트릭랜드가 괴생명체를 해부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라이자는 그를 탈출시키기로 한다.
엘라이자는 용감하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면 우리도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에게선 결연함이 느껴진다. 믿음직한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이웃집 화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가 그를 돕는데, 이들의 구성이 흥미롭다. 여성 흑인 그리고 노인. 소수자들의 연대가 끝내 체제에 균열을 가하고 마는 것이다.
인간과 괴생명체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 ‘킹콩’(1976) ‘미녀와 야수’(1991) 같은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영화가 더욱 설득력을 얻는 건 샐리 호킨스의 명연기 덕분이다. 그는 대사 한마디 하지 않고도 완벽하게 감정을 전달해낸다. 특히 절정의 사랑을 느낄 때 그의 눈빛은 황홀한 잔상을 남긴다. 더불어 괴생물체의 디자인은 독창적이고도 매력적이다.
제목과 부제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영화에서 ‘물’과 ‘사랑’은 동일선상에 위치한다. 하나의 형태로 규정지어질 수 없다는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니까 영화는 어떠한 모습의 사랑이든 아름답다고 예찬한다. 물 없이 생명이 유지될 수 없듯 사랑 또한 삶에 있어 필수적인 가치라고도 말한다.
델 토로 감독은 “이 시대의 냉소주의에 대한 치유제가 되어줄 희망과 구원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냉전을 통한 국가 간의 증오, 인종·능력·성별로 인한 사람들 간의 증오와 같은 세속적인 것들을 숭고한 사랑과 대비시키면 멋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견 없는 올해의 수작(秀作) 중 하나다. 3월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13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됐으며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된다. 이미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감독상 등을 줄줄이 휩쓸었다. 123분. 청소년 관람불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셰이프 오브 워터’ 우리를 살게 하는 경이로운 사랑 [리뷰]
입력 2018-02-2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