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성경을 읽고, 내 삶에 적용할 것인가. 신앙생활에서 이보다 중요한 문제는 없다. 때론 베스트셀러 작가 레이첼 헬드 에반스처럼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본 1년’과 같은 파격적인 실험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크리스천 대다수에게 이는 평생의 숙제 같은 것이다.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를 거쳐 노던신학교 신약학 교수로 있는 스캇 맥나이트는 이 주제를 ‘파란 앵무새’란 존재에 빗대 설명한다. 2007년 그는 집 울타리 옆 덤불에 날아온 파란 앵무새를 발견했다. 처음 파란 앵무새를 본 참새들은 낯선 존재의 등장에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친구가 되어 어울린다.
저자는 이 장면을 보다 성경에도 처음엔 낯설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파란 앵무새’ 같은 구절이 있음을 떠올린다. 안식일이나 할례에 대한 구절부터 여성의 교회 사역에 이르기까지. 그는 파란 앵무새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답을 찾아나간다.
초기 기독교와 역사적 예수 연구로 인정받고 있는 저자는 일단 1세기 삶을 21세기에 그대로 되살리려는 성경읽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전통과 함께 읽되 성경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분별 과정을 통해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여성의 교회사역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고린도전서 14장 34절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Women Keep Silence Passages)’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성은 무슨 일을 했는가(What Did Women Do?)’라는 질문과 함께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구약엔 영적 지도자 미리암과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 드보라, 예언자 중에서도 뛰어난 예언자 훌다가 있었다. 또 신약의 마리아와 유니아, 브리스길라 등을 보면 여성들이 당대 영향력이 있었고 교회를 개척하고 가르쳤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저자는 바울의 ‘잠잠하라’는 발언이 당시 교리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여성들이 질문하느라 예배를 방해하지 않도록 하려는 일시적 권고였다고 설명한다. 가부장적 관점이 아니라 상호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여성들은 날고 노래하도록 허락받은 파란 앵무새라는 것이다.
나에게 파란 앵무새 같은 구절은 무엇일까. 그 새를 날려 보내고 존재 자체를 잊을 것인가. 어떻게든 씨름하며 붙들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는 크리스천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10년 전 번역·출판됐다 절판된 것을 새 표지와 다양한 부록을 수록해 2018년 현재 필요한 버전으로 새로 펴냈다.
김나래 기자
21세기에도 교회 여성은 파란 앵무새?
입력 2018-02-2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