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 심석희 마침내 웃었다

입력 2018-02-20 23:50
20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예선에서 한국의 심석희 선수가 역주하고 있다. 강릉=김지훈기자

코치로부터 폭행당하는 아픔
주 종목 1500m 예선 탈락 충격
1000m 또 하나의 금메달 사냥


심석희(21)가 환하게 웃었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금빛 레이스’를 펼치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환한 웃음 뒤엔 눈물이 숨어 있었다. ‘이대로 무너지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는 안도와 기쁨의 눈물이었다.

여자 대표팀의 주장 심석희는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던 심석희는 2연패의 영광도 안았다.

심석희는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해 충북 진천선수촌을 이탈했다가 이틀 만에 복귀했다. 폭행을 가한 코치가 영구제명 조치를 받아 대표팀에서 퇴출됐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후유증은 올림픽 개막 이후에도 이어졌다. 심석희는 500m와 1500m에서 모두 예선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단거리에 약했기 때문에 500m 예선 탈락의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주 종목인 1500m에서 미끄러져 예선 탈락한 것은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지난 18일 다른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때 혼자 강릉영동대 빙상장에서 훈련하며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그리고 3000m 계주에서 첫 주자로 나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며 충격에서 벗어났음을 알렸다.

심석희는 경기 후 “나뿐만 아니라 다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며 “1500m 예선 경기에서 미끄러졌을 때 오히려 관중이 더 많이 응원해주셨다. 그런 부분이 경기 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눈물을 비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그동안 힘든 일이 생각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석희는 이제 1000m 금메달을 노린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최민정(20)이다. 이날 둘은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 심석희는 3000m 계주에서 최민정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합작한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22일 열리는 1000m 레이스에선 다시 라이벌로 돌아서 금메달을 다퉈야 한다.

강릉=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사진=김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