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출금 날짜에 맞춰
허위 전표·부풀리기 수법
매월 1억∼2억원씩 빼돌려
다스 경리직원 조모씨의 120억원 횡령은 개인 범죄로 결론 났지만 다스의 조직적 비자금 조성 수법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조씨는 다스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과정과 같은 방법으로 횡령을 했기 때문이다.
정호영 전 특검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조씨는 다스 경리팀에서 금전출납업무를 전담했다. 매월 200억∼400억원 가량이 조씨 손을 거쳤다. 다스 연매출의 10분의 1 규모였다. 결제는 바로 위 선배나 팀장을 거치지 않고 권모 전무와 김성우 당시 사장이 바로 했다. 다스 횡령 등 의혹 고발사건 전담 수사팀이 밝힌 다스 경영진의 비자금이 여기서 만들어졌다.
김 전 사장은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조씨가 따로 돈을 빼돌린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수사팀은 “두 사람이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데 한 사람이 주머니에 뭐 하나 더 넣어 나온다고 해서 상대가 알 수 있겠냐”는 비유로 상황을 설명했다.
조씨는 비자금 조성과 동시에 2002년 6월부터 매월 1억∼2억원씩 빼돌렸다. 정 전 특검이 밝힌 건 2007년 10월까지지만 수사팀은 2008년 2월에도 여죄가 있었다고 했다. 조씨는 허위출금 전표를 삽입하거나 출금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기재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주로 수십억원씩 출금되는 날을 범행일로 골랐다. 협력업체 직원 이모씨를 통해 25개 차명 계좌에 돈을 넣고 펀드, 보험, 양도성 예금증서(CD) 등 형태로 관리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면서도 “회사에서 돈을 빼낼 항목들은 수없이 많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은 다스 경영진이 유사한 방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외부 차명 계좌 등을 통해 관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인한 비자금 규모만 최소 200억원이 넘는다. 조사가 진행될수록 액수는 더 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정 전 특검 조사 당시 회사 회계시스템이 취약해 담당자가 작정하고 횡령할 경우 이를 체크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씨를 염두에 두고 한 이 진술은 10년이 흘러 본인을 옥죄는 말이 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다스 120억 횡령 직원, 경영진 수법 따라해
입력 2018-02-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