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 “백 감독께 맨 뒤에서 뛰겠다고 말한 적 없어”

입력 2018-02-20 21:29 수정 2018-02-20 23:58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김보름이 2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기자회견장에서 전날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준준결승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철기 대표팀 감독과 기자회견에 나선 김보름은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윤성호 기자
김보름·백철기 감독 ‘팀추월 논란’ 회견 내용 정면 반박

백 감독 “노선영이 경기전
‘뒤 따라가는 게 좋다’ 의견”
김 “선두에서 선수들 챙기지
못한 것 잘못이 크다” 사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김보름(25) 선수와 백철기(56) 감독이 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전날의 여자 팀추월 경기를 둘러싼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백 감독은 노선영(29·사진)이 경기 막판에 맨 뒤에서 달린 것은 노선영 본인의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김보름은 “선두에서 선수들을 챙기지 못한 잘못이 크다”며 고개를 숙였다.

노선영은 심한 몸살을 이유로 기자회견에 불참하는 대신 SBS와 인터뷰를 갖고 백 감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3명 중 가운데 위치인 2번 주자로 달리는 줄 알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선수끼리 대화가 없었다고도 했다.

김보름과 백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2분59초대 기록으로 8개팀 가운데 3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였다. 김보름이 6바퀴 가운데 3바퀴를 선두에서 이끌고, 노선영은 경기 막판에 3번 주자를 맡기로 했다. 승부처인 후반에 노선영이 2번 주자로 가운데 있으면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백 감독은 “경기 전에 노선영이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중간에 있기보다 속도를 유지하며 뒤에 따라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직접 냈다”고 설명했다. “제안을 묵살하면 선수의 사기를 죽이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1500m 경기에서의 컨디션이 괜찮아 보였던 노선영인 만큼 마지막에 잘 따라올 것으로 기대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선영은 “직접 말한 적이 없다”며 백 감독의 이 같은 얘기를 부인했다. 노선영은 방송 인터뷰에서 “(시합) 전날까지 제가 2번으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시합 당일 워밍업 시간에 (백 감독이) ‘어떻게 하기로 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때 노선영은 “저는 처음 듣는 얘기인데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보름과 박지우(20)는 지난 19일 경기에서 노선영을 한참 뒤로한 채 먼저 골인했다. 3명이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팀추월의 기본을 어긴 모습이었다. 백 감독은 “큰 소리로 선수들에게 ‘벌어졌다’고 전했지만 링크 내 함성 등에 전달이 안 됐다”고 했다.

김보름은 “정해진 랩타임(트랙을 한 바퀴 도는 데 드는 시간)이 있었다”며 “마지막 2바퀴는 29초에 통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나머지도 잘 해낼 거라는 생각에 먼저 달렸다”며 “결승선에서 언니(노선영)가 처진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전날 논란이 된 인터뷰 태도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협화음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노선영은 “서로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전날 경기 뒤엔 시간이 늦어 노선영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백 감독은 “매스스타트 등 남은 경기를 잘 치르도록 도와 달라”고 거듭 말했다. 시종 굳은 표정이던 김보름은 백 감독이 “(박지우가 기자회견에) 못 가겠다고 덜덜 떨었다”고 말하는 순간 눈물을 떨궜다.

몸살을 앓는 노선영이 21일 예정된 팀추월 7, 8위 순위결정전에 나설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홀로 뒤처져 골인하던 모습이 노선영의 국가대표 은퇴경기 장면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김보름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하루 만에 35만명이 서명했다.

이경원 기자, 강릉=박구인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