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金, ‘원 코리아’… 女하키 아름다운 도전 마무리

입력 2018-02-21 05:05 수정 2018-02-22 05:05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스웨덴과의 7∼8위 결정전을 마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왼쪽부터 북한의 김향미 황충금, 남한의 신소정 선수. 단일팀은 올림픽 첫 승을 올리지 못했지만 진한 감동을 남겼다. 강릉=윤성호 기자
스웨덴전을 마치고 눈물을 닦는 세라 머리 단일팀 총감독. 연합뉴스
승리는 없었지만 진한 우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구성
갈수록 팀워크 단단해져
관중들도 경기 때마다 환호

마지막 경기 후 감격의 눈물
머리 감독 “기회 계속됐으면”

男대표팀, 경험 부족으로 무릎


첫 승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감동과 우정은 진한 향기를 남겼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 코리아’가 처음으로 선 올림픽 무대에서 완주했다. 남북 단일팀을 결성한 뒤로 숱한 논란과 고비가 있었지만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그리고 아이스링크 위에서 ‘아름다운 도전’을 일궈냈다.

남북 단일팀은 2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최종 경기를 스웨덴과의 7∼8위 순위 결정전으로 치렀다. 단일팀은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몸싸움을 했다. 스틱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아이스링크를 울렸다. 결과는 단일팀의 1대 6 패배. 평창올림픽에서 남긴 기록은 5전 전패, 2득점 28실점으로 출전 8개국 가운데 8위다.

그러나 누구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후 ‘손에 손잡고’ 노래가 흘러나오자 단일팀의 세라 머리 총감독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남북 선수들은 아이스링크 한가운데 둥그렇게 원을 만들었다. 이어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힘차게 외쳤다. 골문을 향해 날아오는 숱한 퍽을 온몸으로 막아냈던 신소정은 헬멧을 벗고 머리 총감독과 북한 박철호 감독에게 안겼다.

단일팀의 여정은 파란만장했다. 지난달 25일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합류하면서 하나의 팀이 됐다. 이들은 빙판에서 한 달 가까이 뒹굴며 친구가 됐다. 남북 화합을 이유로 선수의 희생이 강요됐고, 경기장 밖에서는 반북 집회나 이념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 이어진 끈은 더 단단해졌다. 지난 9일 개회식에서 단일팀의 박종아(한국)와 정수현(북한)은 성화봉을 마주잡았다. 승리는 없었지만 지난 14일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넣기도 했다.

머리 총감독은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단일팀 결정은 정치인들이 내렸지만 하나로 뭉친 것은 선수들의 공”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북한 선수들을 받아들이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면서 스포츠를 통해 ‘빙벽’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큰일을 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골리 신소정은 “처음에는 북한 선수들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그 친구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와줘서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서로 노력해서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백지선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이날 핀란드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대 5로 졌다. 0-3으로 뒤진 2피리어드에 브락 라던스키, 안진휘의 연속골로 1점차까지 쫓아갔지만 열세를 뒤집지 못했다. 남자 아이스하키는 4전 전패로 올림픽을 끝냈다. 예선 3경기에서 14실점하는 동안 1골만 넣는 득점력 부진에 시달렸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세계 4위 핀란드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려 마지막 일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남자 아이스하키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귀화 선수들을 충원하며 메달의 꿈을 키웠지만 경험 부족으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강릉=박구인 기자, 김철오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