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인상 국민부담, 숨은 1조2600억 더 있다”

입력 2018-02-20 18:26 수정 2018-02-20 21:20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3차 전원회의에서 김성호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구직급여 등 8721억 늘어나
연관된 재정사업도 46건
올해만 인건비 1조2600억↑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지역별·업종별 차등화 등
보완대책 마련 서둘러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약 5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실제로 정부가 부담하는 액수는 최소 6조2600억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조2600억원의 추가 부담액이 드러난 것이다. 이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구직급여의 하루치 하한액은 ‘최저임금 시급×8시간×90%’로 산정된다. 최저임금 시급이 지난해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오름에 따라 구직급여의 하루치 최소액도 4만6584원에서 5만4216원으로 인상됐다. 구직급여를 받는 사람이 123만명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구직급여 증가액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지원책에는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20일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5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고용주를 직접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기금(3조원)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부담을 경감시키는 기금(1조원),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 지원기금(1조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관련 법령을 보면 최저임금과 명시적으로 연동된 재정사업이 최소 3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구직급여와 모성보호 육아지원, 산재보험급여 등은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들 3개 사업에 올해 추가로 드는 비용은 8721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직급여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8663억원이 늘었다. 산재보험급여는 올해 예산액이 지난해보다 9억원 줄었으나 인건비는 오히려 5억5800만원이 증가했다.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최저임금 인상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부 재정사업은 최소 46개로 조사됐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3859억원으로 추산됐다. 장애인활동 지원사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654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노인돌봄서비스도 인건비만 83억원이 늘었다.

올해에만 정부 재정사업의 인건비만 1조2600억원이 늘었는데, 이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인건비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의 각종 재정사업에 인건비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정작 사업 성공을 위한 투자나 프로그램 운영·개발 비용의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추 의원은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급격히 인상해 놓고 세금으로 메우려고 하니, 국민의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등과 같은 보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