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증빙서류 예외 인정 등
외부 감시·통제 정도 약해
개혁 수위 낮추기 의도 분석
국정원 “다른 의도 없어”
국가정보원이 최근 야당 주요 국회의원들을 잇따라 만나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여당이 이미 정부와 조율해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법안을 발의한 상황에서 국정원이 자체 개혁안을 야당에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달부터 야당 의원들을 접촉해 국정원 자체 개혁안을 설명했다. 국정원은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 소속 의원 외에 주요 당직을 맡은 야당 의원들도 두루 만났다.
국정원이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자체 개혁안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국정원 개혁법안에 비해 국정원에 대한 외부 감시와 통제의 정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5일 국정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과도 내부 조율을 마쳤던 내용이다. 청와대도 지난달 14일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국정원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의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안과 국정원 자체 개혁안은 모두 국정원 예산 집행 시 지출 증빙서류 첨부 규정을 신설했다. 다른 점은 국정원 안은 국가안보를 위해 기밀이 요구되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했지만 정부·여당 안은 기밀이 요구되더라도 국회 정보위원 3분의 2 이상 요구가 있으면 국회 정보위에 집행 내역을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또 국정원 안에는 특수공작비 관련 조항이 없지만 정부·여당 안은 특수공작비를 집행한 후에 국회 정보위 승인을 받도록 했다. 정부·여당 안은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 정보감찰관 신설 등을 규정했지만 국정원 안에는 이런 외부 통제장치가 없다.
여권 내부에서는 정부·여당이 협의를 거쳐 마련한 개혁법안이 있는데도 국정원이 자체 안을 들고 야당 의원들을 ‘공략’하는 것은 국정원 개혁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 발표한 국정원 개혁법안을 국정원이 부정하는 것처럼 비친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결국 감시·통제가 강화된 내용을 국정원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국정원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국회에 국정원 입장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여야 의원들을 골고루 만났다”며 “기존 자체 개혁안을 설명하는 수준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단독] 국정원, 野에 당정안 아닌 ‘셀프개혁’ 설명 논란
입력 2018-02-20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