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연일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선수들의 절절한 사연,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투혼에 관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태극 전사들도 올림픽 드라마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세 번 골절상을 입어 일곱 번 수술을 받고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임효준,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실격된 충격을 이겨내고 1500m에서 금메달 질주를 한 최민정, 3000m 계주 2연패를 달성한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 설날 아침 썰매 종목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스켈레톤의 윤성빈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올림픽 영웅은 금메달리스트들만 있는 게 아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3연패에 실패했지만 혼신을 다한 역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후 맞수이자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와 포옹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해 주는 장면은 감동의 결정판이었다. 세계의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며 한국 컬링의 역사를 새로 써 가고 있는 여자 컬링 대표팀, 한복 차림으로 아리랑 곡조에 맞춰 연기를 펼친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도 인상적이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선수들은 이런 올림픽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19일 밤 열린 준준결승에서 8개 팀 가운데 7위에 그쳤지만 그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선수들의 태도였다. 이 종목은 3명의 선수 가운데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밀어주고 끌어주는 팀플레이가 중요한데도 팀워크는 왕따 논란이 일 정도로 엉망이었다. 김보름 박지우는 막판에 체력이 떨어져 뒤로 처지는 노선영을 내팽개치고 자기들만 치고 나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가 끝난 후 상심해 고개를 떨군 채 울고 있는 노선영을 위로하기는커녕 짐을 챙겨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두 선수가 짜기나한 듯 인터뷰에서 노선영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쏟아내는 장면은 지켜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둘은 스포츠맨십을 망각한 행동으로 우리 선수단의 사기를 꺾고 국가적 망신을 자초했다.
경기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두 선수와 대한빙상연맹을 비난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란 청원에 하루 만에 30만명이 넘게 서명한 걸 보면 국민적 공분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면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파벌 싸움, 선수 폭행, 선수 발목을 잡는 미숙한 행정 등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빙상연맹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뒤따라야 하는 건 물론이다.
[사설] 감동의 올림픽에 찬물 끼얹은 여자 팀추월 선수들
입력 2018-02-20 17:23 수정 2018-02-20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