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놀아난 건 대중 우매해서” 미국판 ‘개·돼지 발언’ 파문

입력 2018-02-21 05:00

광고책임자 반성커녕 비아냥
“똑똑하면 선거공작 안 먹혀”

러시아의 주요 선거공작 도구로 지목된 페이스북이 자사 임원의 미국판 ‘개·돼지 발언’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미국 정치가 러시아의 여론조작에 놀아난 건 미국인들이 똑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망언을 한 게 도화선이 됐다.

페이스북 광고 책임자 롭 골드만은 ‘러시아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미국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러시아의 공작과 싸우는 쉬운 방법들이 있다”며 “잘못된 정보는 잘 교육된 시민에게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는 모두 디지털 독해 교육과 잘못된 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법을 배운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러시아가 미국 여론에 영향을 주기 위해 SNS 중에서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고 발표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별도로 운영하는 사진 공유 서비스다.

골드만의 발언은 미국 대중의 사고력이 부족해 러시아의 여론조작 시도에 당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며 비난을 촉발했다. 2016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만든 교육부 고위관리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과 닮아 있다.

골드만이 잇달아 올린 8개의 트위터 게시물에는 9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분노의 표현’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대형 광고업체 옴니컴그룹 최고경영자(CEO) 마이나르도 드나르디스는 트위터에서 “골드만 당신은 설교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당신의 충격적인 트윗은 혼란과 분노를 자아냈다”고 비판했다. “피해는 (러시아에 놀아난) 지난 2년으로 충분하다”고도 꼬집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