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경기] 평창 ‘피겨여왕’ 나야 나!

OAR 메드베데바-자기토바
오늘 女싱글 쇼트서 실력 대결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다. 하계올림픽의 마라톤과 비교된다. 특히 여자 싱글은 가장 주목을 받으며, 가장 빛나는 경기다. 승자는 4년간 ‘은반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1980년대 카타리나 비트(53·독일)와 2010년대 김연아(28)가 그랬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와 알리나 자기토바(15)가 ‘대관식’을 노리고 있다. 두 선수는 21일 오전 10시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다. 30명 중에 메드베데바 순서는 23번째, 자기토바는 28번째다. 이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평창에 왔다.

강력한 우승후보는 메드베데바다. 여자 싱글 세계랭킹 1위이자 세계 최고점 보유자다. 지난해 1월 체코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쇼트와 프리프로그램 점수를 합쳐 229.71점을 얻었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작성한 세계 최고점(228.56점)을 7년 만에 갈아치웠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유럽선수권대회, 그랑프리를 차근차근 정복하면서 경험도 충분히 쌓았다.

최고의 경쟁자는 자기토바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갓 데뷔한 ‘샛별’이지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메드베데바가 발목 부상으로 주춤하자 주요 대회를 석권했다. 올림픽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메드베데바가 복귀한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메드베데바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메드베데바는 뛰어난 기술력과 풍부한 연기력을 고루 갖췄다. 자기토바는 기계처럼 정확한 동작으로 고난도 점프를 소화한다. 낯설고 긴장감 넘치는 올림픽 무대에서 누가 부담감을 더 많이 떨쳐버리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11∼12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에서 쇼트 부분을 책임졌던 메드베데바는 81.06점, 프리를 맡은 자기토바는 158.0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팀 전체는 은메달을 땄지만, 여자 싱글에서 두 선수의 적수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2·러시아)와 달리 두 선수 가운데 한 명은 ‘김연아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 여자 싱글 경기에는 최다빈(18)과 김하늘(16)도 뛴다. 둘 다 첫 올림픽 출전이다.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카롤리나 코스트너(31·이탈리아)는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선다.

메달 색깔을 가리는 프리프로그램 경기는 오는 23일 열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