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어 66개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6·13지방선거에서 뽑을 광역·기초의원 정수 및 선거구 획정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선거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3일 이전에 처리했어야 할 사안이다. 법정시한을 두 달이나 넘겼음에도 지역별 정수 등에 대한 여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다음 달 2일부터 2014년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강행키로 했다. 이후 선거구가 조정되면 선거비용을 다시 산정해야 하는 등 선거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 큰 문제는 출마자들은 자신의 선거구와 유권자조차 정확히 모른 채 선거를 치러야 하는 깜깜이 후보 신세가 된다는 점이다.
국회의 선거구 획정 위법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제때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회가 법정 시한을 수시로 어기는 것은 지방자치를 정면으로 위협하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획정 시간이 늦어질수록 당리당략에 의한 기형적 게리맨더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선거구를 획정하게 되면 표의 등가성이 훼손될 게 뻔하다. 그럼에도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지방의회를 국회의 예속기관쯤으로 여기는 인식에 근본 원인이 있다. 또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최대한 영향력 하에 묶어 두려는 의도가 담긴 중앙정치 기득권 세력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의무를 다하지 않는 만큼 선관위나 지방 의회로 획정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한 달 만에 30만명 가까이 동참했다. 해야 할 일은 내팽개치고 세비만 꼬박꼬박 받아가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들이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국회는 선거구 획정 작업을 서두르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사설]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 상습 지연, 국회의 횡포다
입력 2018-02-20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