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출신 선수 동메달 박탈될 듯
러 연맹, 자국 위원회에 수사 의뢰
러시아 라디오 매체 ‘스포르트-FM’이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 알렉산드르 크루셸니츠키(26·사진)가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멜도니움 성분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뒤 파문이 커지고 있다. 멜도니움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물질이다. 크루셸니츠키는 컬링 믹스더블에서 획득한 동메달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상태다.
크루셸니츠키의 도핑 적발 사건은 동계올림픽 종목 중 가장 정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컬링에서 금지약물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금지약물은 육상 수영 야구 등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요구하거나 사이클처럼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스포츠에서 많이 적발되곤 했다. 안드레이 소진 러시아컬링연맹 수석부회장도 “컬링선수는 빠른 속도나 높이, 강한 근력이 필요 없다”며 “컬링선수는 멜도니움이 필요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컬링은 10엔드 기준으로 한 경기당 3시간 가까이 진행되며 한 선수가 브룸을 들고 빙상을 스위핑(빗질)하는 거리만 2㎞에 달한다. 경기가 끝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대부분의 컬링 선수가 반팔로 경기에 나설 만큼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다. 미국 컬링 선수 맷 해밀턴은 “컬링은 정교함을 다투는 스포츠가 맞지만 많은 힘과 체력이 필요하다”며 “금지약물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컬링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드미트리 스비셰프 러시아컬링연맹회장은 20일(한국시간)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루셸니츠키는 어떤 약물도 복용하지 않았다고 거듭 말했다”며 “누군가 크루셸니츠키의 음식이나 음료에 멜도니움을 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남자 컬링팀 주장 존 셔스터는 “(금지약물 검출이) 우연일수도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멜도니움은 2016년 이후 1년 반 이상 금지됐다”며 “우연일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컬링연맹은 크루셸니츠키의 증언을 근거로 그의 도핑 샘플에 다른 이유로 멜도니움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자국 연방수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크루셸니츠키 사건 검토에 착수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약물 얼룩 컬링, 파문이 커진다
입력 2018-02-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