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빙속, 깜짝스타에 신나는 男… 이상화 이후 막막한 女

입력 2018-02-21 05:04

차세대 한국 빙속의 명암

젊은피 김민석 銅·차민규 銀
순탄한 세대교체 진행 중
막내 정재원 패기도 돋보여

女, 이상화 빼곤 노 메달
팀추월 선수 구설 몸살까지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삼총사’에 의존하며 8년을 보냈다. 이승훈(30)과 이상화(29), 모태범(29)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한국 빙속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하지만 삼총사는 어느덧 ‘노장’의 길목에 접어들었다. 이들의 자리를 이어받을 ‘샛별’의 등장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남자 종목의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젊은 피를 배출하며 순탄한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여자 빙속은 이상화 외에 ‘괜찮은 성적표’가 없다. 여기에다 구설로 몸살까지 앓고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팀은 팀추월과 매스스타트, 1000m 경기를 남겨 두고 있지만 이미 축제 분위기다. 출발은 김민석(19)이다. 김민석은 지난 13일 폭발적 스피드와 지구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1500m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영예를 차지했다. 이어 차민규(25)는 19일 모태범 이후 8년 만에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팀이 평창에서 거둔 두 번째 메달이다. 같은 경기에서 경신되기는 했지만 차민규는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우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막내 정재원(17)의 패기도 돋보인다. 정재원은 18일 이승훈, 김민석과 함께 팀추월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쟁쟁한 선수들이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남자 팀추월은 준준결승에서 1위 기록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21일 결승 진출은 물론 메달 획득까지 노린다.

아직 10대인 김민석과 정재원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이다.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다듬으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최소 10년 동안 한국 빙속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망주로 불릴 나이는 아니지만 차민규도 향후 5년은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이와 달리 여자 대표팀 분위기는 축 처져 있다. 여자 500m에서 나온 은메달을 제외하고 메달이 없다. 이 메달은 이상화가 딴 것이다. 이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받쳐주는 스타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메달은커녕 메달권에 근접한 선수조차 나오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여자선수가 국민적 비난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김보름(25)과 박지우(20)는 19일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뒤처진 노선영(29)을 버려두고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기를 마친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4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노선영에게 돌리고 비웃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뛰었던 장수지(21)는 김보름과 박지우를 옹호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성난 여론에 부채질을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