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삼촌 리더십’ 쇼트트랙 ‘금빛 레이스’

입력 2018-02-21 05:05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최민정이 지난 17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 레이스를 마치고 김선태 감독(오른쪽)과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김선태 감독, 선수들 의욕 살리다

남자 대표 소치 ‘노메달’로
추락한 자신감 회복에 주력
체계적 훈련 방식 도입하고
팀워크 강조하며 중심 잡아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 나선 최민정(20)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곧바로 김선태(42) 대표팀 감독에게 달려갔다. 김 감독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제자를 따뜻하게 안아 줬다. 김 감독의 자상한 ‘삼촌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김 감독은 1994∼9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지냈다. 은퇴한 뒤 중국과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는 2014년 5월 남자팀 코치이자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에 선임됐다. 당시 남자 대표팀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12년 만에 ‘노 메달’ 수모를 당해서였다. 김 감독은 가장 먼저 땅에 떨어진 자신감 회복에 주력했다. 선수들과 소통하며 의욕을 되살리려 했다. 특히 기존 스파르타식 훈련 대신 체계적 훈련을 도입했다. 힘들기로 악명 높은 쇼트트랙 훈련 방식을 바꾼 ‘혁명’이었다.

순조로운 듯했지만 시련은 잇따라 찾아왔다. 2016년 4월 쇼트트랙 국가대표 3명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상습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김 감독은 흔들리는 선수들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이번에는 김 감독의 몸이 고장 났다. 그해 12월 대장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감독은 사직서를 내고 치료에 매달렸다. 건강을 회복한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했다.

김 감독은 평창올림픽을 시작하기도 전에 발생한 ‘폭행사건’으로 어수선했던 한국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 금빛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여자 500m에서 실격당한 최민정이 부담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위로하고 다독였다. 최민정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김선태 감독님이 이끄시는 대표팀에서 여러 가지 조언을 들어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팀워크다. 남자 1500m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임효준은 “감독님은 늘 이런 말씀을 하신다. ‘네가 못했을 때 다른 선수를 축하해 줘야 다른 선수들에게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이게 팀워크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강릉=김태현 기자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