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주연 ‘골든슬럼버’
임순례 감독 ‘리틀 포레스트’
멜로 화제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국적 감성 더해 탄탄한 각색
신선한 이야기로 소재 폭 넓혀
일본작품을 리메이크한 한국영화들이 잇달아 스크린에 걸린다. ‘골든슬럼버’ ‘리틀 포레스트’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그 주인공.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이 몰렸다는 점에서 특이할 만하다. 더욱이 따뜻한 감성을 공유하는 작품들이어서 봄을 여는 이 시기에 안성맞춤이다.
‘골든슬럼버’는 2008년 출간된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0년 일본에서 영화화됐다. 강동원이 주연한 한국판은 지난 14일 개봉해 설 극장가에서 분전하며 누적 관객 104만명(영화진흥위원회·20일 발표)을 동원했다. 원작의 치밀한 설정과 쫄깃한 전개를 살리는 한편 국내 정서에 맞게 통쾌한 결말을 이끌어낸 점이 주효했다.
영화는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 한 남자(강동원)의 이야기를 통해 첨단 정보사회에서 개인의 삶이 조직과 권력에 의해 어떻게 침범되는지 보여준다. 노동석 감독은 “원작의 흥미로운 설정에서 한국적 감수성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평범한 소시민이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에 관객들도 공감대를 느끼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가사리 다이스케 작가의 동명 만화를 토대로 한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피하듯 고향집으로 내려간 소녀의 사계절을 그린다. 일본판 영화는 ‘여름과 가을’(2014) ‘겨울과 봄’(2015)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됐는데, 김태리 주연의 한국판은 103분 안에 사계절 자연의 모습을 모두 담아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에서 주인공 혜원(김태리)은 직접 키운 작물로 제철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오랜 친구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정서적으로 교류하며 차츰 성장해나간다. 임순례 감독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요즘,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휴식 같은 영화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일본 멜로의 명작으로 꼽히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다. 1년 뒤 비가 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가족들 앞에 나타나며 펼쳐지는 로맨스. 이치카와 다쿠지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005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소지섭 손예진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 한국판은 오는 3월 14일 개봉을 앞뒀다.
이들 작품의 흥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실락원’(1998) ‘바르게 살자’(2007) ‘남쪽으로 튀어’(2012) ‘방황하는 칼날’(2014) 등 일본영화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꾸준히 선보여졌으나 거의 매번 고배를 마셨다.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물 ‘럭키’(2016) 정도가 이례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을 뿐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다양한 소스를 찾는 데 한계에 부딪힌 영화 기획·제작자들이 해외로도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국적성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선택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리메이크를 통해)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한국영화 소재의 폭이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성공사례가 나오면 그런 시도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韓서 재탄생한 日리메이크 영화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입력 2018-02-21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