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女 팀추월 경기 논란
3명은 ‘한 몸’ 동일 동작 훈련
동료 습관까지 기억해야
누구든 앞에서는 지도자 역할
뒤에서는 믿고 따라야
캐나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선수인 조시 모리슨(24)은 최근 일간 내셔널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팀추월은 모두 신뢰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모리슨은 “앞이 피로해지면 뒤에서 밀어줄 것이고, 뒤에서 몸부림치는 선수가 생기면 앞으로 알려줄 것”이라며 팀추월 경기의 원리를 설명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시속 50㎞로 빙판 위를 달리면서 몸으로 보여주기 쉽지 않은 움직임들이다.
이 때문에 팀추월에 나서는 선수들은 서로의 동작을 똑같게 만드는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캐나다 여자 팀추월 선수인 케리 모리슨(26)은 “훈련은 동기화(synchronicity)에 집중됐다”며 “누구든 앞에서는 지도자 역할을 하고, 뒤에서는 믿고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선수가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최고의 팀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팀추월 주자 3명은 종종 ‘머리가 셋 달린 짐승’에 비유된다. 개별 존재이지만 마치 한 몸처럼 경기 리듬을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선두와 후미 자리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뛰는 동료의 사소한 스케이팅 습관까지 기억해야 함은 물론 배려도 중요하다. 캐나다 여자 팀추월 선수인 이자벨 웨이드먼(22)은 같은 팀 리더인 이바니 블론딘(27)을 ‘접착제’라고 부른다. 나머지 선수들은 블론딘에 엉겨 붙겠다고 했다.
한 몸이 되지 못한 1명의 작은 실수는 결승선에서 큰 차이로 다가온다. 미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주자인 조이 맨시아(32)는 지난 18일 준준결승에서 8개 팀 가운데 꼴찌 기록을 낸 뒤 “1명이 늦춘 0.5초는 경기가 끝날 때 3초가 된다”고 했다. 그는 “팀추월은 거칠고 힘들다. 3명 모두가 작동 상태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빙속 세계 최강’ 네덜란드조차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삐끗하는 모습을 보였다. 2바퀴를 남긴 상태에서 가운데에서 달리던 주자가 팀의 속도를 맞추지 못해 힘겨워했다. 그러자 베테랑인 스벤 크라머(31)가 맨 뒤에서 완주를 독려했다. 경기 후 크라머는 “예전에는 한 명이 곤경에 처하면 팀 전체가 망가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운이 안 좋더라도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고 팀워크를 강조했다.
지난 19일 열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명의 주자 가운데 1명이 뒤처져 결승선을 통과한 팀은 한국과 폴란드뿐이었다. 김보름(25)과 박지우(20)가 결승선을 지난 뒤에도 노선영(29)은 한동안 더 달렸다. 변수가 많은 단판 승부라지만 팀워크 문제가 대두됐다. 4위를 차지한 미국 대표팀의 경우 준준결승을 이틀 앞두고서야 손발을 맞춰본 팀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의 지도자를 지낸 적이 있는 빙상계 관계자는 20일 “선수가 경기에 몰입하면 코치의 지시마저 못 듣는 때가 있다”며 팀워크 문제에 대한 해석을 유보했다. 다만 “3명이 함께 들어오는 것이 팀추월의 기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전날 남자 500m 등에서 예상 밖의 메달을 수확했음에도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는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팀’ 사라진 팀추월… 신뢰마저 무너졌다
입력 2018-02-20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