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수첩] 와이파이 뚝뚝 끊기는 ‘IT 강국’

입력 2018-02-21 05:05
지난 15일 평창 동계올림픽 강릉미디어촌 워크룸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의 모습. 와이파이가 다운돼 수리중이라는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다.

주요 경기 벌어질 때마다 ‘먹통’
국내외 미디어 종사자들 부글부글


평창 동계올림픽 취재를 다니면서 가장 괴로운 일 가운데 하나는 아무래도 와이파이인 것 같습니다. 내외신 기자들은 각 종목의 메달 결정전이 벌어질 때마다 터지지 않는 와이파이에 속을 부글부글 끓습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약속에 아무런 걱정 없이 와이파이를 사용할 줄 알았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와이파이 강국’이 아닙니까.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지난 9일 개회식이 열린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은 물론 각 종목의 경기장, 워크룸 등에서 와이파이를 원활하게 쓸 수 없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5∼10분에 한 번꼴로 와이파이가 끊겨 접속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국내외 미디어가 몰려 방송 영상과 사진 송출량이 엄청나고, 관중들도 무선인터넷으로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이용한다. 유료 랜선을 구매하면 문제가 없다.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서비스다.”

그런데 의문이 남습니다.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 경기장에는 엄청난 숫자의 국내외 미디어와 관중이 한 곳에 몰리기 마련입니다. “와이파이 사용량이 많아서”라는 해명은 와이파이 수용력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입니다.

올림픽 현장에서 취재를 했던 경험이 많은 국내외 미디어 종사자들은 “이렇게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올림픽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숨을 내쉰 뒤 “제길, 빌어먹을 와이파이”라고 외치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한 외신기자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돕니다. 와이파이가 뚝뚝 끊기는 ‘IT 강국’의 현실에 외국인 관중과 선수, 외신기자들이 큰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강릉=글·사진 박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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