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분야엔 한·미동맹 논리 안 통해
문재인(사진) 대통령이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에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북핵 등 안보 문제와 통상 문제는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밝혔던 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불공정함을 이번 기회에 개정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청와대 내에선 미국이 통상 분야에서 압박을 계속한다면 최소한 경제 분야만큼은 한·미동맹 논리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9일 “문 대통령 생각은 안보와 통상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라며 “두 문제를 서로 다르게 가져가려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두고 미국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통상 문제에서도 저자세로 나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북핵 문제가 걸려있지만 문 대통령은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우리는 FTA가 최상위법인데 미국은 연방법에 따라 번복이 가능하다. 이런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자동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10개 항목을 한·미 FTA 독소조항으로 꼽았고, 지난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재협상 의사를 드러냈다.
청와대는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등 미국의 통상 압력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WTO 상소기구 위원을 지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WTO 상소기구 재판관 경험에 비춰봤을 때 미국의 세탁기·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 조치를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한·미 FTA와 다자무역 규칙을 위반하며 일방적으로 제재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김 본부장을 임명한 것 역시 통상 문제에 원칙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 소재 포드햄대의 국제무역법 전문가인 맷 골드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 같은 WTO 규정에 위배되는 조치를 취할 경우 다른 나라들도 보복조치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준구 장지영 기자 eyes@kmib.co.kr
文 대통령 “불공정한 FTA 체계 이번 기회에 개정”… 강경대응 방침
입력 2018-02-20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