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수사] 정호영 前 BBK 특검 무혐의 처분 왜?

입력 2018-02-19 18:54 수정 2018-02-19 22:50

120억 비자금 조성 사실
알고도 덮었다는 의혹
경리직원 횡령으로 판단
직무유기 아니라는 결론


검찰이 다스의 120억원 비자금 조성 사실을 파악하고도 덮었다는 혐의를 받은 정호영(사진) 전 BBK 특별검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08년 특검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120억원은 여직원의 개인 횡령 범행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발된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법리상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수사팀의 결론이다.

다스 120억원 횡령 고발 전담수사팀은 19일 정 전 특검을 혐의 없음 처분하고 이 부분 수사를 종결했다. 해당 혐의 공소시효(10년)는 21일 만료된다.

정 전 특검은 2008년 1∼2월 40일간 수사를 벌여 다스 법인계좌에서 빠져나간 120억여원이 17명 명의의 43개 차명계좌로 분산 관리되던 사실을 확인했다. 2002년 6월부터 5년간 월 1억∼2억원씩 인출돼 협력업체 직원 이모씨에게 맡겨진 자금이었다. 특검은 당시 다스 경리담당 여직원 조모씨가 경영진 몰래 단독으로 저지른 일로 결론지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관련성이 없어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수사 결과 발표 때 이 부분을 제외했다. 검찰에 별도의 수사의뢰나 고발 없이 기록만 통째로 인계했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12월 7일 정 전 특검이 다스 비자금 의혹을 고의 은폐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같은 달 26일 전담수사팀이 발족하는 계기가 됐다.

수사팀은 10년 전 특검의 결론과 동일하게 120억원은 조씨의 개인 횡령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스 경영진과 연결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조씨가 범행이 들통난 뒤에도 상당액을 반환하지 않고 은닉한 정황도 나왔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경영진의 (다른) 비자금 조성을 돕던 조씨가 같은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렸다”고 설명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15조의 특수직무유기죄는 수사 담당 공무원이 특가법에 규정된 죄를 인지하고도 직무를 유기한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다. 120억원 횡령과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특가법은 조세포탈이다. 이 죄명은 다스 경영진이 연간 5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탈루했을 때 적용 가능하다. 직무유기의 경우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성립되는 셈이다.

정 전 특검은 120억원을 직원 개인 범죄로 보고 접근했으며, 탈세 혐의는 애초부터 검토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수사팀도 탈세를 전제로 한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특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 법리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