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기독인인데 불교 계통 학교 배정… 어떡하나

입력 2018-02-20 00:03
지난 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회피 전학제도 제정촉구’ 청원 관련 투표 내용.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한 어머니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이 배정 받은 학교를 놓고 걱정이 한 가득이었습니다.

청원인의 딸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불교 계통 중학교에 배정됐습니다. 집 근처에는 일반 공립 중학교 두 곳과 기독교계 중학교 한 곳이 있습니다.

청원인 가족은 모두 기독교인이며 남편은 장로교의 목회자입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아침마다 목탁소리가 들리는 불교 학교에 자녀가 진학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학교는 특정 학년이 되면 불교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에서 법회를 열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과거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추진위)가 제안했던 ‘회피 전학제도’가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회피 전학제도란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와 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 간 충돌을 막기 위한 방책입니다. 학생들이 원치 않는 학교에 배정될 경우 이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학교 배정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시행 중인 서울시의 고교선택제(총 3단계)에 회피제도를 적용해 보면 강제배정 방식을 취하고 있는 3단계에서 학생들이 입학지원서에 회피하고 싶은 종교를 기입하게 하고, 해당 종교 계통의 학교에 배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학제도는 말 그대로 입학 후에 종교적인 이유로 전학을 원할 경우 이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회피 전학제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데는 미션스쿨인 서울 대광고에서 2004년 발생한 ‘강의석 사건’의 영향이 컸습니다. 강씨는 학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습니다. 대법원은 2010년 학생의 종교의 자유가 더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영향으로 대광고는 채플 수업을 자율화해야 했습니다. 다른 종립학교들은 종교 교과의 대체 과목을 개설하는 등 종교교육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상당히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추진위에 참여했던 장로회신학대 박상진(기독교교육) 교수는 “종교교육이란 관련 교과목이나 의식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분위기와 건학이념에 기초한 학교경영 등을 통해서도 이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독교계 학교에 타 종교 또는 종교가 없는 학생이 배정될 경우 여전히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기독교인 학생이 타 종교계 학교에 배정됐을 때 역시 종교의 지유를 침해당할 수 있습니다.

교육 당국은 회피 전학제도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해 제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대학 입시에 유리하거나 교육환경이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배정제도로 인해 종교계 사립학교의 학생들이 상처받고 학교의 설립목적과 이념이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철저한 관리·감독이 동반된 회피 전학제도의 제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