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 폭탄에 수익 쪼그라들자… 카드사들 “중금리 대출이 새 먹거리”

입력 2018-02-20 05:03

카드 수수료 인하 직격탄을 맞은 카드업계가 대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 대책으로 카드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예고하자 수수료 수익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중금리 대출 쪽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의도다.

신한카드는 오는 6월 말까지 500만원 넘게 돈을 빌리는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안심보험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고 19일 밝혔다. 신한금융 주요 주주인 BNP 파리바 카디프생명이 보험사로 나선다. 대출 상환에 보험을 들어주는 서비스는 카드업계에서 전무후무(前無後無)하다. 신한카드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단체보험 형태로, 돈 갚을 사람이 상환 기간 중 사망하거나 80% 이상 중증 장해를 입으면 보험사가 고객 대신 채무액을 100만원부터 변제하게 된다.

신한카드는 이 대출 상품을 ‘비회원론’이라고 부른다. 신한카드가 없어도 본인 명의 휴대전화 등 기본 조건만 채우면 24시간 5분 안에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 금리는 연 4.75∼19.9%로 공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1금융권인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신용등급 4등급 이상자 위주의 중금리 대출이다.

신한카드가 이런 파격 대출까지 내놓은 건 궁지에 몰리는 카드업계 상황과 무관치 않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91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발표됐지만 여기엔 신용평가모델 변경과 비자카드 지분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할 경우 신한카드 실제 순익은 6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수수료 수익 악화로 인한 실적 급감이 두드러졌다. 4분기 신한·KB국민·우리·하나 등 은행계열 카드사 순이익은 2251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24.2%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수수료율 0.8%가 적용되는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액 2억원에서 3억원 이하로, 1.3% 적용 중소가맹점을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완화한 여파다.

정부는 또다시 7월부터 소액결제가 많은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평균 0.3% 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1만원 이하 결제엔 아예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등의 수수료 관련법안이 이달 들어서만 3건 새로 발의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 반발을 산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를 대체 수단으로 약속해 수수료로는 더 이상 수익을 맞추기 힘든 실정”이라며 “결국 남는 건 대출인데, 이 역시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1월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카드론이 포함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은 지난달 1조2000억원 급증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