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소변 등 시료 밀봉 안 했다면 양성 나왔어도 마약 증거로 인정 안돼”

입력 2018-02-19 19:02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소변과 머리카락을 채취한 뒤, 밀봉하지 않은 채 가져갔다면 감정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어도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차모(51)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차씨는 2016년 9월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양성이 나왔지만 차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차씨는 “경찰이 소변과 모발을 봉투에 넣고 밀봉하지 않고 가져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시료가 바뀌었다는 구체적인 사정이 없는 한 피의자 앞에서 밀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증거의 증명능력이나 증명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이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사는 차씨가 마약을 투약한 일시와 방법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며 “투약 사실을 입증할 증거로는 국과수 감정결과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