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은메달 크루거
트위터에 한식 먹는 사진
선수촌 주변 치킨집 북적
“한국 음식점 부족” 지적도
“첫 번째 목표는 금메달, 두 번째 목표는 모든 (한국) 음식을 먹는 것.”
미국 쇼트트랙 선수 존 헨리 크루거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숯불갈비와 메밀막국수를 먹고 있는 사진과 함께 “두 번째 목표에선 선두권을 차지했다”는 말도 남겼다(사진).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선수촌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강릉 안목해변을 찾았던 크루거는 17일 열린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한국 선수 임효준, 서이라와 경쟁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올림픽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외국 선수들 사이에 한식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선수촌 식당에서 24시간 한국 음식을 접할 수 있지만 이걸로는 ‘한국을 경험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19일에도 선수촌 주변 식당, 치킨집 등은 미국 네덜란드 스위스 등 각국 국기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은 외국 선수와 취재진 등으로 북적였다. 선수촌 인근 식당 주인 김태흥씨는 “외국 선수 등은 비빔밥, 불고기 덮밥 등을 주로 시키고 떡볶이 같이 매운 음식은 덜 맵게 해 달라고 한다”고 했다. 치킨집 점장 최영철씨는 “올림픽을 맞아 하이네켄, 호가든 등 해외 맥주를 준비했는데 외국 선수 등은 ‘꼭 집어서’ 카스나 하이트, 피츠 같은 한국 맥주를 찾는다”며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면 한국 맥주를 마시지 않는 심리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아프리카 가나 최초의 스켈레톤 선수 아콰시 프림퐁은 지난 16일 열린 남자 스켈레톤 1∼3차 시기에서 탈락한 뒤 믹스트존에서 “한국 음식도 먹고 여러 문화도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 이튿날 가족, 친구 등과 함께 평창 인근 식당에서 소고기와 쌈밥을 먹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한국 식당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외국 선수도 있다. 러시아 알파인스키 선수 예카테리나 카첸코는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데 선수촌 근처에 정작 한국 음식점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에 경기 일정이 마무리된 선수들은 아예 강릉시내 ‘맛집’을 찾는다. 강릉 중앙시장에는 백발의 외국인이 컵에 담긴 3000원짜리 닭강정을 사 먹는 모습이 흔하다고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들과 함께 시장을 찾은 통역사 김다현(21)씨는 “외국인 올림픽 관계자들은 시장 구경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라며 “말린 생선이나 돼지머리가 진열돼 있는 것을 신기하게 여겼다”고 했다.
강릉=양민철 강경루 방극렬 기자 listen@kmib.co.kr
외국선수들의 ‘평창 목표’… 첫째는 메달, 둘째는 韓음식
입력 2018-02-20 05:00